도란도란/일하며 사랑하며

양평 2. 소나기마을

달처럼 2012. 7. 7. 18:08

 

개울물은 날로 여물어 갔다.

소년은 갈림길에서 아래쪽으로 가 보았다. 갈밭머리에서 바라보는 서당골 마을은 쪽빛 하늘 아래 한결 가까워 보였다.

어른들의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 거기 가서는 조그마한 가겟방을 보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주머니 속 호두알을 만지작거리며, 한 손으로는 수없이 갈꽃을 휘어 꺾고 있었다.

그 날 밤, 소년은 자리에 누워서도 같은 생각뿐이었다. 내일 소녀네가 이사하는 걸 가보나 어쩌 나. 가면 소녀를 보게 될까 어떨까.

그러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는가 하는데,

"허, 참 세상일도……."

마을 갔던 아버지가 언제 돌아왔는지,

"윤 초시 댁도 말이 아니야, 그 많던 전답을 다 팔아 버리고, 대대로 살아오던 집마저 남의 손에 넘기더니, 또 악상까지 당하는 걸 보면……."

남폿불 밑에서 바느질감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증손(曾孫)이라곤 계집애 그 애 하나뿐이었지요?"

"그렇지, 사내 애 둘 있던 건 어려서 잃어버리고……."

"어쩌면 그렇게 자식복이 없을까."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 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 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 '소나기' 결말 부분

 

"어른들 말이, 내일 소녀네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것이었다."는 구절을 근거로

양평군과 경희대학교가 2003년부터 소나기마을 건립을 추진하여 2009년 6월에 개관했다.

소나기마을은 1만 2천 여평에 달하는 일대의 야산을 문학테마파크로 구성하고,

건축연면적 2,035㎡, 지상 3층 규모의 문학관을 건축했다.

 

 

소나기광장.JPG

 

황순원 문학관과 소나기 광장

 

 

징검다리 위에서 물을 움켜 올린다.

개울둑에 앉아 있던 그 소년과 얼마 전에 웨딩 촬영을 한 예비 신부

 

 

어디서 왔을까? 목넘이고개를 넘는 사람들 틈에 묻어 왔을 떠돌이 개 신둥이(흰둥이).

소설 속의 개는 배고픈 개인데, 이 조각상은 너무 튼실해. 씨름하게 생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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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에서 바라본 소나기 광장

 

 

황순원 선생 묘소

 

 

황순원 선생의 묘소는 원래 천안에 있었는데

2009년 6월 문학관 개관에 맞추어 문학관 옆으로 이장했다.

이날 95세인 부인 양정길 여사가 정정한 모습으로 꽃을 바쳤다고 한다.

 

'20세기 격동기의 한국 문학에

순수와 절제의 극을 이룬 작가

황순원 선생(1915~2000)

일생을 아름답게 내조한

부인 양정길 여사(1915~ )

여기 소나기마을에 잠들다'

              - 황순원 선생 묘소의 비문

 

 

수숫단 속에 들어앉아 본다.

수숫단 밖에서 비 맞고 앉아 있던 소년은 어디로 갔나?

 

 

수숫단 오솔길

 

 

고향의 숲

 

 

소년의 고향에 등장한 용감한 녀석들

 

 

해와 달의 숲

소설 '일월'의 무대를 재현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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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 숲

 

 

예비신부에게 신혼 여행지를 물으니 프랑스로 간단다.

"우와!"

졸지에 화제는 각자의 신혼여행이다.

직장 윗분의 말을 안 듣고 여행을 강행해서 쓰나미를 피한 예,

같은 해에 직장 어른의 말을 듣고 일정을 조정해서 쓰나미를 피한 예.

강 샘이 하는 말 "부럽네. 우린 제주도였어. 더 있다 와도 되는데 2박 3일 만에 돌아왔어."

나도 제주 2박 3일이네. 

그랜드 호텔 예약해 놓았다더니 절약한다고 삼다도 여관에 들어갔네.

그때 알아봤어야 해. 문 앞에서 돌아섰어야 해.

성삼이랑 덕재처럼 학 사냥 핑계라도 만들어서 억새 숲으로 몸을 숨겨 달아났어야 해.

 

 

송아지 들판

 

        "저기 송아지가 있다. 그리 가 보자."

누렁송아지였다. 아직 코뚜레도 꿰지 않았다.

소년이 고삐를 바투 잡아 쥐고 등을 긁어 주는 체 훌쩍 올라탔다. 송아지가 껑충거리며 돌아간 다.

소녀의 흰 얼굴이, 분홍 스웨터가, 남색 스커트가, 안고 있는 꽃과 함께 범벅이 된다. 모두가 하 나의 큰 꽃묶음 같다. 어지럽다.

그러나, 내리지 않으리라. 자랑스러웠다. 이것만은 소녀가 흉내 내지 못할, 자기 혼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너희, 예서 뭣들 하느냐?"

농부(農夫)하나가 억새풀 사이로 올라왔다.

- '소나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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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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