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모롱이를 돌아가니 5구간인 몽여 해변길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이거 해금강 아닌가?
몽여 해변 남쪽 기슭에는 泥巖인 듯한 바위가 기둥처럼 솟구쳐 있다.
자외선을 막아 보자고 중무장을 했다.
너울 달린 등산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팔 토시, 장갑.
그러면 뭐하나?
날마다 텃밭에서 무방비로 노출하여 잡티가 가득한 걸.
다시 병풍바위
해변 모래사장이 유난히 희다고 여겼는데,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마을 아낙이 조개 껍데기를 양동이로 가득 담아다 해변에 쏟아 놓는다.
흰 조개가 풍화하여 흰 알갱이가 되어간다.
희한하게 조개무지에 벌레가 꾀지 않고 깔끔하다.
마을 길에 놓인 평상에 글씨라...
동요 '섬집 아기'의 가사를 적어 놓았다.
'섬' 자가 씌어진 부분은 누가 거꾸로 맞춰 놓았다.
똑바로 맞춰 놓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억누른다.
마을 집 벽에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한국판 '만종'인가?
어깨 구부정한 어부와 허리 숙여 일하는 어부의 아내,
마을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어촌 풍경.
벽 앞에 놓인 어망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섬의 반 바퀴를 돌았다.
해변에 그늘이 없다. 해수욕객이 없는 바닷가에서 배가 물 밖으로 올라섰다.
집 앞 평상에 나와 앉은 할머니 한 분이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가 가라고 말을 건넨다.
말씀은 고맙지만 다음 구간이 박정희 대통령 가족이 쉬고 갔다는 명사의 해변 아닌가.
거기 쉴만한 멋진 풍광이 있을 것을 기대하고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담수화 시설로 만든 물을 공급하는 식수대
명사의 해변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있는 언두꾸미
그물 담은 바구니가 즐비하다.
6구간인 '명사의 해변' 들머리는 갈매기 쉼터인 모양이다.
닻과 시간의 힘겨루기 한 판
명사의 해변을 지키는 조형물
적막한 해변에 도보여행 나온 학생들이 등장하며 잠시 활기가 돈다.
한적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좋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족, 지인들과 휴양을 즐겼던 곳이라는데,
햇빛을 가릴 숲도 없고, 풍광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물놀이를 할 계획이었지만, 씻을 물이 없어 포기했다.
겨우 손바닥만한 그늘을 찾아 도시락을 펼치고 점심을 먹다보니 어느새 그늘이 사라진다.
얼른 자리를 정리하고 7구간 '해녀섬길'을 향해 나무계단을 오른다.
해녀섬을 바라보며 길을 오르다 뒤를 돌아본다.
길이 바다로 빠져든다.
아니, 우리가 바다에서 물질하다 뭍으로 방금 올라온 해녀다.
이제 마지막 고비이다.
8구간 '키 작은 소나무길'을 오르면 산 정상이다.
안산 정상에 하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사방에서 바람이 올라와 땀을 들이기에 안성맞춤이다.
몇 무리의 사람들이 오고 갈 동안 그 자리에 머물며 신선놀음을 한다.
정자에서 출발점인 떼무리까지는 거의 직선 하강 코스다.
다시 소무의 인도교가 보인다.
여행으로 또 다른 문을 열고 나섰다면,
이제 돌아가는 일이 남았다.
종일 풀어 놓았던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해
내일 또 다른 만남을 꿈꾸며 온 길을 되짚어 걷는다.
대중교통
인천공항역 3층 5번 승강장에서 잠진도행 222번 버스 이용.
주말에는 ‘서해바다 열차’를 이용.
코레일공항철도는 11월 말까지 매주 토·일요일 서울역~용유 임시역을 4회 왕복하는 ‘주말 서해바다 열차'를 운행.
서울역에서 1시간 간격(07:39~10:39) 출발. 요금 3,850원.
문의 코레일공항철도 032-745-7343.
용유 임시역에서 잠진도 선착장까지는 도보 약 20분 거리.
잠진도선착장에서 무의도 큰무리선착장까지 여객선이 30분 간격(07:15~19:45, 7월 27일~8월 15일 성수기 06:45~20:30)으로 운행.
운항시간 약 7분, 요금(왕복) 3,000원
문의 032-751-3354,
큰무리선착장에서 광명마을(샘꾸미) 합승 마을버스 20분 간격 운행(1,100원).
문의 예성교통 010-3045-4493.
[덧붙임 - 총동문회 홈페이지 댓글들]
denver |
2012/08/03 19:16:34 "Me" time.Can't get enuf ! I would take the left rout to haenyu. |
철회 |
2012/08/05 11:40:33 아름다운 곳을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한다는것은행복한 일이야. 부럽네. |
김태웅 |
2012/08/07 09:15:35 선리의 기행문을 모아서 책이나 한권 만들어 볼까?잘 보았어^^ |
문선리 |
2012/08/07 14:33:53 denver, 댓글에 설명이 필요해.ㅋㅋ 철회, 여행 인연으로 사귄 친구였다네. 태웅, 턱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으쓱해지네. ^*^ |
'도란도란 > 벗과 함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류은선 환영 모임 (0) | 2012.09.03 |
---|---|
[스크랩] 세 여인의 집안탈출기 (0) | 2012.08.02 |
소무의도(小舞衣島) 누리길 1 (0) | 2012.08.02 |
비 내리는 밤, 달빛은 흐르고 - Moonglow (0) | 2012.07.07 |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0) | 2012.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