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머리의 끝 해안 절벽은 낭개머리라고 하는 장관이다.
아래는 커다란 너럭바위와 깎아지른 낭떠러지다.
아찔한 계곡 밑으로 끊임 없이 파도가 밀려온다.
초가을의 햇살 아래 하염 없이 앉아만 있어도 좋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해안 절벽의 화려함은 한 폭의 그림이다.
낭개머리 언덕에는 천연의 금잔디가 곱게 깔려 있다.
이 신발이 닥터 마틴이야.
디자인과 색상이 얼마나 멋지니?
내가 이 신발을 사려고...
신발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너희들 신발은 어떤 거니?
이야기 배틀이 벌어진다.
그는 영업 사원 시절에 영어 교재를 팔기 위해 육사에 잠입했던 스토리를 들려 준다.
모든 생도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그 상황에서 들키지 않으려고
작은 소리로 책을 파는데 성공한 그 청년은
훗날 출판사 대표가 되었다.
이번에는 캠핑카로 화제가 넘어간다.
그가 요즈음에는 훌쩍 떠나는 일이 잦아졌다는 소문 탓일까?
캠핑용 차량을 직접 제작할 생각까지 해 보았다는 그의 설계안은 매우 구체적이다.
'실린더의 중량'까지 계산하는 대목에선 전공을 넘어선 식견에 놀라울 따름이다.
가을 햇볕을 동무 삼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지금 이 순간'은 살아온 시간들의 응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열하게 살아온 순간들이 오늘의 그들을 만들었다.
낭개머리 언덕에 텐트를 치고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여기서는 낙조를 아주 오래 즐길 수 있으리라.
이곳에서 일몰을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별은 또 얼마나 찬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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