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없는 밤바다는 특별했다.
명희가 나눠준 팩을 붙이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으려니
바닷가에 나가자고 호출이 온다.
물이 빠져 나간 갯벌은 참으로 넓었다.
달이 없는 밤이지만 어둠에 적응하니 갯벌에 작은 구멍이 보였다.
맨손으로 뻘을 파내니 백합 같은 조개가 나온다.
자극을 받아 몇 군데를 더 파내던 친구가
"아, 손톱 다 버렸네."
그제서야 손톱 밑에 뻘이 스며들어 어쩌나 걱정을 한다.
넓은 갯벌 한가운데서 하늘을 올려다 본다.
별이 총총하다.
하늘을 가로질러 길게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북두칠성, 오리온으로 짐작되는 방향을 서로 손으로 가리킨다.
이렇게 빼곡히 별이 박힌 하늘을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주 오래 전 여름 밤, 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바라보았던 그 별들이다.
별을 보며 옛 생각을 하다가 가로등이 꺼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가로등이 꺼지면 별이 더 찬란하리라.
이 섬은 자가 발전을 하기 때문에 10시가 되면 불이 꺼진다는 태웅의 주장을 믿고...
그래서 펼쳐진 해변 노래자랑
최성권이 추임새를 넣어주자 최영남의 '가요 반세기'가 시작되었다.
노래도 구성지고, 입담은 가히 종합 연예인 수준이다.
고등학생 시절에 형님 면회 가던 기차 안에서 현역군인들을 속여 먹던 대목에서는
처음 듣는 친구들은 너무 우스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바톤을 이어받은 최성권의 노래도 멋드러졌다.
10시가 되어도 가로등은 안 꺼졌고,
우리는 섬이 주는 행복을 안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새벽녘, 참으로 오랜만에 닭울음 소리를 들었다.
끼니마다 잘 차려진 밥상을 받는 것만으로도 여행은 호사다.
부지런한 이승훈은 밭에서 직접 고추를 따다가 요리를 하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
밥상을 물린 후 굴업도 전경이 담긴 사진엽서에 편지를 쓴다.
처음에는 멋적어 하더니 한 사람도 빠짐 없이 전원 제출했다.
비밀 보장을 다짐받던 친구는 다 쓰자마자 자발적으로 낭독한다.
아내에게, 남편에게, 사랑하는 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어린 마음을 적어 내려간다.
민박집 개에게 다정한 손짓
보더 콜리인데, 양치기 개였단다.
어머나, 영미에게 뽀뽀해 주는 거니?
자, 오늘은 동섬으로 가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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