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ㅇ 자료명: 조선언문실록
ㅇ 저 자: 정주리, 시정곤
ㅇ 출판사/출판년도: 고즈윈/2011
ㅇ 기타사항
-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선정 ‘2011 올해의 청소년 도서’
- 저자소개
정주리 :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저서에 <생각하는 국어>(1994), <우리말의 수수께끼>(2002), <한국어가 사라진다면>(2003), <동사, 구문 그리고 의미>(2004), <구문문법>(2004),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2006) 등이 있음
시정곤 : 카이스트(KAIST) 인문사회과학과,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저서에 <국어의 단어형성 원리>(1994), <논항구조란 무엇인가>(2000), <우리말의 수수께끼>(2002), <한국어가 사라진다면>(2003),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2006), <현대국어 형태론의 탐구>(2006),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2008) 등이 있음.
서평
이 책은 ‘언문’으로 불리던 우리 문자가 조선시대 백성들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한글 생활사다. 제목이 가리키는 것처럼 <조선왕조실록>에서 한글과 관련된 사건과 정책, 교서, 상소 등의 내용을 추려내 엮었다.
저자들은 <조선왕조실록>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기록의 연속성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라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한글실록’이 아닌 ‘언문실록’이라고 한 이유는 세종대왕이 새 문자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부터 <실록>에는 ‘언문(諺文)’이라고 쓰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언문 사용자 계층에 따라 1장에서는 왕과 언문을, 2장에서는 사대부의 언문 사용을, 3장에서는 여성과 언문을, 4장에서는 백성과 언문을, 그리고 5장에서는 언문이 국문으로 되기까지의 과정에 있었던 다양한 언문 정책을 다루었다.
왕과 언문에 대한 기록은 세종 대부터 시작된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세상에 공포한 것이 1446년 9월(음력)이었고, 그해 12월에 하급 관리인 서리를 선발할 때 <훈민정음>을 익힌 사람을 선발하라고 한 기록이 있다. 훈민정음을 널리 알리려는 세종의 의지와 체계적인 노력을 알 수 있다.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 후에 곧바로 새 문자의 효용성을 검증하는 작업을 했다.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은 이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세조는 공신들과 언문을 읽으며 문답을 나누기도 하는 등 언문을 각별히 생각했다. 선조는 임진왜란 때 믿을 것은 오직 백성뿐이라 여겨 백성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언문 교서를 내렸다. 왕자들마저 포로가 되어 다급해지자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관작을 아끼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왕자 구출 작전에 언문 편지는 암호 역할도 했다.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중적 문자 생활을 했다. 공식적으로는 한문 문화를 향유하는 계층이었지만 필요에 따라 언문을 사용했다. 아내, 어머니, 시집 간 딸, 심지어 첨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둘러싼 여성들에게 글을 쓸 때 언문을 사용했다. 연산군 2년 초계지방 군수 유인홍은 딸의 죽음을 위장하기 위해 자신의 첩과 언문 편지를 주고받으며 딸이 자살한 것으로 위장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연산군 11년 한곤이라는 관리가 자신의 첩에게 기녀로 뽑히지 않게 몸을 꾸미지 말라고 보낸 언문 편지가 발단이 되어 능지처참의 극형을 당하기도 했다. 사대부 남자의 언문 편지는 주로 개인적인 사건에 많이 등장하지만 국가의 일을 도모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욕심을 채우는 사건에도 나타났다. 광해군 시절 이이첨과 김 상궁 개시가 그 주인공이었는데 은밀한 사안은 언문으로 써서 보냈다.
여성들의 언문 사용은 궁중에서나 백성 사이에서 두루 나타난다. 성종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성종의 모친인 인수대비는 시어머니인 정후왕후와 함께 수렴청정을 하면서, 두 대비는 크고 작은 일마다 언문 교지를 통해 정사를 이끌었다. 순조가 즉위하자 정순왕후는 3년간 수렴청정을 하며 언문 교서를 내렸다. 신하들도 왕실 여성에게 글을 올릴 때는 언문을 사용했다.
백성들은 언문 상소로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가난한 살림을 구제받기도 하였다. 한편 언문 소설이 널리 읽혀 비녀를 팔아 책을 빌려 읽은 이도 있을 정도로 언문은 널리 사용되었다.
추천사
역사 속에서 우리 글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를 보여 주는 책으로서 언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일반인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 한글의 정사와 야사가 궁금한 모든 이에게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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