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울릉도를 탐하다

둘째날 7. 알봉 둘레길

달처럼 2016. 8. 26. 18:15

나리분지에서 점심식사 후 잠깐 휴식을 취하고 나서 공군 부대 울타리를 끼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성인봉으로 이어지는 알봉 둘레길이다. 생태길이라고도 부르는 이 길은 원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울릉도의 기후는 연교차가 적은 해양성 기후다. 여름 평균 기온이 섭씨 25도 정도이고, 겨울 기온도 따뜻하여 동백나무, 후박나무, 굴거리나무 등 상록 활엽수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숲길은 흙이 고와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걸으며 주변에 보이는 식물들을 살펴 본다. 섬바디가 지천이지만, 울릉말오줌때나무도 있고, 땅두릅도 있다. 쥐오줌풀은 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았다. 식물의 이름에는 생김새나 냄새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가족 관계에 대한 것도 있다.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는 갈고리형 가시가 나있는 덩굴식물이다.며느리를 얼마나 못마땅하게 여겼으면 가시가 있는 풀에 그런 이름을 붙였을까? '사위질빵'과 '할미질빵'도 흥미롭다. 이 이름은 덩굴식물의 줄기로 물건을 둘러메는 질빵(짐을 메는 줄)을 만들던 데서 생긴 이름이다. '사위질빵'은 사위 힘 안 들게 잘 끊기는 풀이고, '할미질빵'은 '사위질빵'에 비해 줄기가 굵고 튼튼하다. 사위 사랑이 담긴 이름이지만, 할미의 위치는 씁쓸하다. '봉산탈춤'의 미얄과장에서도 미얄할미와 첩이 다투자 할미에게 억울한 판결이 내린다.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민속에서 자손을 생산할 능력이 없어진 할미는 가치가 없다. 허리가 부러지도록 일만 해야 한다.  
 
이 곳은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의 군락지이기도 하다. 울릉국화와 섬백리향 군락은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가는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그늘을 싫어하는 습성으로 인해 숲이 없는 곳에 작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어머님의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울릉국화는 9~10월이 개화 시기라서 꽃을 볼 수 없었다. 섬백리향은 꿀풀과에 속하며 백리향을 닮았으나, 백리향보다 꽃과 잎이 크며 줄기가 땅을 기어가면서 퍼지고  6월경에 분홍색의 꽃이 핀다. 


알봉둘레길



원시의 숲


식물학자의 숲 해설



쥐오줌풀 냄새를 맡아보세요~


맨발로 걷고 싶어~^^




섬백리향, 울릉국화 자생지


성인봉이 구름 위로 살짝~


알봉 산책로 중간 투막집 삼거리에서 바라본 성인봉. 구름 속에 숨다.


성인봉 원시림 안내판


 알봉둘레길이 여기부터는 좁은 숲길. 신령수까지 0.46km를 선택~


녹음 속에서 몸도 푸르러지는 느낌이...


울릉도의 7월은 숲에도 섬바디가 지천~


밑에서 올려다 본 섬바디꽃


 알광대버섯. 명이 닮은 잎 넓은 식물은 큰두루미꽃


더 천천히... 더 깊은 호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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