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도 비렁길 1. 함구미 선착장 ~ 미역널방
자라를 닮은 섬이라 하여 이름 붙은 금오도(金鰲島).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은
예로부터 신비의 섬이자 자연의 보고였다.
조선 시대에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館)을 짜거나
판옥선 등 전선(戰船)의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전된 곳.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거무섬'으로도 불리웠다.
고종은 금오도를 명성황후(1851~1895)가 살고 있던 명례궁에 하사했으며,
명례궁에서는 이곳에 사슴 목장을 만들어 사람의 출입과 벌채를 금했다고 한다.
금오도가 본격 개척된 것은 120여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일제가 봉금령을 해제하여 목장을 없애버리고
대대적인 어업 전진 기지와 농토를 만든다는 핑계로 개간사업을 하면서
해송을 벌목하여 일본으로 가져 가버렸다고 한다.
(여수시 금오도 비렁길 소개글에서 발췌)
비렁길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 여천 선착장에서 택시로 함구미로 이동했다.
'비렁길'은 절벽의 숭우리말 '벼랑'의 여수 사투리'비렁'에서 연유한 이름으로
금오도의 해안 기암적벽을 따라 개설한 걷기 코스이다.
지난해 개설한 제1구간은 함구미 마을 뒤 산길에서 시작해 바다를 끼고 돌며 직포까지 형성된 8.5km 이고,
직포에서 장지까지 9.6km의 제2구간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제1구간 중 함구미에서 두포까지 5.8km를 걷기로 했다.
비렁길 안내지도에는 2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 있다.
함구미 선착장에서 비렁길 들머리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산길 초입에 말린 생선 너댓 묶음을 놓고 파는 마을 주민의 소박한 바구니가 놓여 있다.
금오도에서 유난히 많이 재배하는 방풍나물이다.
방풍나물은 뇌졸중(중풍)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효자식물이다.
여수시는 농촌진흥청에서 공모한 2012년 지역농업 특성화 사업에서 ‘잎방풍 산업 육성프로젝트’로
신소득.특작 분야 전국 1위에 선정됐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3년간 총사업비 9억 3000만원을 투자, 잎방풍 생산과 가공유통을 맡는 특화 신사업이다.
잎방풍은 향긋한 나물요리 등 기능성 웰빙 채소로 특성화 가능성이 높은 데다 뿌리는 약용작물로 사용할 수 있다.
금오도에 95ha 규모의 전국유일의 대규모 잎방풍 재배단지가 조성돼 있어 지역 특성화에 유리하다.
경사진 밭에 방풍나물이 푸르다.
가파른 해안을 따라 이어진 벼랑길을 걷는다.
비렁길은 오래 전부터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고 낚시를 하러 다니면서 자연스레 생긴 길이라 한다.
비렁길은 잠시 산쪽으로 곱아 들어 산길을 걷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산과 바다를 두루 조망하는 것이 비렁길의 매력이다.
미역널방
옛날 주민들이 '미역을 채취해서 널은 바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금오도의 비경을 감상하는 경관포인트로 조성했다.
미역널방에서 바우회 가족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모여 섰다.
미역널방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미역널방 까마득한 낭떠러지밑으로 짙푸른 물결이 넘실거린다.
조선 후기 문인 연암 박지원이 중국에 다녀와서 적은 <열하일기>에 '통곡할 만한 자리'라는 글이 있다.
요동의 광활한 벌판을 보고 나서 기쁨이 극에 달해 울음이 나오는 경험을 담고 있다.
"좋은 울음터로다. 한바탕 울어 볼 만하구나!"
"비로봉(毘盧峰) 꼭대기에서 동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잡을 것이요, 황해도 장연(長淵)의 금사(金沙) 바닷가에 가면 한바탕 통곡할 '자리'를 얻으리니, 오늘 요동 벌판에 이르러 이로부터 산해관(山海關) 일천이백 리까지의 어간은 사방에 도무지 한 점 산을 볼 수 없고 하늘가와 땅끝이 풀로 붙인 듯, 실로 꿰맨 듯, 고금에 오고 간 비바람만이 이 속에서 창망할 뿐이니, 이 역시 한번 통곡할 만한 '자리'가 아니겠소." <열하일기(熱河日記)>
연암은 북받쳐 나오는 감정이 이치에 맞아 터지는 것이 울음이니 웃음과 다르지 않다며
대자연에서 통곡할 만한 자리를 확인한다.
문득 전날 시티투어 해설사가 한 말이 떠오른다.
한번은 지인에게 금오도 비렁길을 안내했더니 경치가 아름답다며 감격하여 울었단다.
가히 울 만한, 감동이 밀려오는 절경이다.
멀리서 바라다 본 미역널방
수직 절벽 위에 선 사람들이 깨알 만큼 작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