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살며 사랑하며

[스크랩] 여행에서 만난 서하님

달처럼 2011. 11. 26. 22:06

수요일 아침, 7시10분까지 망설였습니다

10분에 집을 나와 지름길이 아닌 둘러가는 길을 정하고 걷습니다

내가 7시 30분에 출발하는 차를 타지 말기를 바라면서요.

한 열흘 감기때문에 고생했어요-옛날 어른들 께서 병이 나을 때 조심하지않으면 덧나서 더 고생한다고...

그러나 느릿느릿 걸어도 백화점 주차장에 무심재차는 출발않고 저를 기다립디다

 

제게 여행은 어린시절의 꿈과 희망입니다

운동장가득 아이들이 뛰고 굴러도 저는 늘 화단가에 앉아서 꽃잎을 똑똑따서 짖이기던지,

딴 꽃잎들을 손으로 파서 고이 넣어 놓기도 했지요-유리조각이 있어 덮어  놓고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이슬이 맺혀 더 예쁘던 나만의 비밀스러움

운동장 너머의 붉은 노을, 그 노을 너머엔 무덤들이 있는데 그 곳에서 아이들은 목마타기도 하고 미끄럼도 탄다고 하는 곳이 궁금했던 그 시절

여름방학 알림장엔 꼭 가지말라는 남강에 아이들은 수영도 한다는데  남강의 물 속이 궁금했던 그 시절

출장다녀오시는 아버지의 손에 들려오는 만난  것들, 장남감이 있는 그 곳에 대한 궁금증

 

제겐 이상한 버릇이 있습니다

길을 가다 낯선 골목길이나 예쁜 길을 만나면 꼭 가 봐야합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실 같은 작은 길을 만나면 그 길을 한 번 가 봅니다

고속도로 나들목에 내려서 들머리를 못찾아 고생할 때가 더러 있지만

그 길은 누가 다녀서 생긴 길인지, 어디로 향하는지 궁금해서요

 

무심재여행을 따라 다닌지가 반년이 훨씬지났지요?

친구랑 같이가기도 하고 혼자 나서기도 했는데 그래도 늘 반갑게 알은채해 주시는 카페식구들이 계셔서 어색하지 않게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 아침 서하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가지말아야겠다는 머리와 가고싶다는 마음이 실랑이를 했지만

결국 처음 뵙는 서하님과 나란히 앉아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무심재여행이 처음이다, 몇달 되었다로 시작된 수다는 돌아 오는 길에는 아주 비밀스러운(? ㅎㅎ)얘기까지 나누게되었습니다

그리고 서하님은 조금(저는 아주 조금이라고 하고 싶네요)힘든 일이 있어 병원을 다니는 중이시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병원이 저희가게 바로 근처예요

그래서 헤어질 때 제가 그랬어요

무심재여행에서 다시 만나기 힘들 수도 있겠다고-제 상황이 겨우 한 달에 두 번이나 갈까

섭섭하다고, 그러니 병원오시는 길에 저희 가게 들러서 차 한잔하고 가시라고.

겨우 한 번 뵌 분이고 몸이 조금 힘드시고 그래서 제가 괜한 말을 했나 염려도 했지요

 

새벽작업이 있어, 겨우 샤워하고 나와 부산하게 일 막 끝내고 있는데 고운 미소로 저희 가게에 오셨습니다

집에 있는 감나무에서 수확한 거라고 예쁜 감홍시들고서-두개는 도둑맞았네 ^*^

 

 

오늘 밤 요렇게 장난치고 놀았습니다

 

친구처럼 동생처럼 애기 나누면서 반듯하고 곱고 품위있는 서하님이 오래 전 부터 알아 온 인연 같은 걸 느꼈습니다

부디 서하님이 몸이 조금 불편하지만 고운미소로 편안한 마음으로 그 아픔도 잘 달래가며 승리하리라 믿습니다

제 기도제목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이렇게 만난 서하님 건강하게 해 주시고 오래오래 고운 미소 지니시게 해 달라고 ...

 

감기몸살 끝이라 걱정했지만 여행은 너무 좋았지요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그지없이 편안했고

솔향가득한 해변 길은 환상적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낙조가  2%만 부족했던 것도 아쉽기 보다 너무 아름다웠습니다-그래서 또 다음을 기약하고

 

출처 : 오두막집에서 찻물을 끓이며....
글쓴이 : 앵두나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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