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골골마다 피어난 인문정신 4.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이 어디지?
청운동 경복고등학교와 청운중학교를 지나 자하문 고개를 거의 다 올라간 지점
1.21 사태 때 사망한 최규식 경무관 동상 길 건너편에서 시인의 언덕은 시작된다.
대학 시절 늘 지나다니던 그 길가에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어느 초여름
아카시아꽃이 만발한 어느 날,
이 계절에 꼭 해 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서
자하문에서 경복고까지 걷고 감상문을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주신 교수님이 계셨다.
문학관을 향하다 고개를 돌려 그 길을 눈길로 더듬는다.
화창한 스무 살의 시간들이 스쳐간다.
종로구는 청운수도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 지난 봄에 '윤동주 문학관'을 개관했다.
느려지는 물살에 압력을 가해 힘차게 흐르게 하던 가압장이
문학과 정신의 가압장이 되어 나그네의 발길을 붙든다.
문학관 외벽은 윤동주 시인의 시 세계처럼 순백색이다.
제1전시실은 사진 촬영을 금했다. 전시된 자료가 사진이거나 영인본뿐인데도...
열린 우물 (제2전시실)
윤동주의 시 '자화상'에 등장하는 우물에서 모티프를 얻어
물 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하여 중정(中庭)을 만들었다.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닫힌 우물 (제3전시실)
물탱크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여 영상 상영실로 사용한다.
1945년 2월, 시인이 2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와
옥중에서 고대하였을 한 줄기 빛을 형상화하였다고 한다.
천정의 작은 구멍이 서서히 닫히고 빛이 차단되면
암울하고 절망적이었던 시인의 심정에 공감한다.
그 어둠 속에서 시인의 삶이 영상으로 흐른다.
다시 중정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시인의 언덕이라 이름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재학 시절,
종로구 누상동에 살던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후배 정병욱과 함께 하숙했다.
당시 윤동주 시인이 종종 이곳 인왕산에 올랐는데,
그 시절에 '별 헤는 밤', '자화상', '쉽게 씌어진 시' 등을 썼다고 한다.
시인의 언덕에 있는 윤동주 시비에서 윤동주의 시문학론을 강의하는 장영우 교수
시인의 언덕에서 건너다 보이는 산. 바위를 품고도 완만한 곡선이다.
청와대 뒤편 배경을 이루는 산이다.
윤동주의 아명은 '해처럼 빛나라'는 뜻에서 '해환'이었다고 한다.
동생들은 '달환', '별환'.
어두운 시대를 살면서도
순수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내적 의지가
그 아명과 무관하지 않다.
'인왕산에서 굴러온 바위', 이름이 재미있다.
사직단 앞 카페베네에서 국악 실내악단 '청'의 공연이 펼쳐진다.
등굣길 어린이들의 조잘거림이 들리는 듯한 '학교 가는 길'
피노키오와 꼭두각시, 동양과 서양이 하나된 '피노각시'
영화 '축제'의 테마곡인 '꽃의 동화'
해금의 선율로 살사 리듬을 표현한 '살사 아리랑' 을 연주했다.
가야금 김은선, 해금 명서연, 신디 안신영
젊은 연주자들의 퓨전 국악에는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정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