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문화답사
(유창우 이명호 부부) 두물머리 문학, 미술을 품다
달처럼
2012. 8. 13. 18:56
길위의 인문학
두물머리 문학, 미술을 품다
2012.8.11土, 07:30~18:50
(유창우·이명호 夫婦)

오늘은 멋진 날이다.
대한민국 축구가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을 2:0으로 이겼다.
새벽잠을 설친 우리 국민들은 금메달을 딴 이상으로 통쾌했을 것이다. 10년전「2002 월드컵」신화를 써 나가던 때도, 우리 국민들은 새벽 여명이 밝아 올 때까지 한마음이 되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더구나 오늘은 「길위의 인문학」탐방이 있는 날이다.
잠을 설쳐 피곤하지만 어떠랴.「남한강 길 → 화실 방문 → 황순원 문학관 참관」일정이다.
‘두물머리’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아, 거기!’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드라마 촬영 장소’∙‘외롭고 쓸쓸한 곳’설명 한켠에는 ‘황포돛배’가 처연하게 자리한다. 두물머리는 우리 문학과 미술이 살아 숨쉬는 곳이고, 또한 손 꼽히는 사진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오늘 탐방은 올림픽 축구 결과와 함께 쉽게 잊혀지지 않을 소중한 기억들을 만들어 줄 터였다.
01. 출발
06:50 「국립중앙도서관」에 도착한다. 예정보다 이른 시간이다. 행사 참여자들은 질서있게 진행요원으로부터 이름표∙머플러∙도시락과 등산용 방석을 받는다. 왜 간이방석까지 준비했을까?

02. 남한강 길 걷기
09:40 양평에 도착한다. 도로 정체로 예정보다 40분이 지연되었다. 일행은 행사 개요 설명을 듣고 남한강 길에 들어 선다.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이다.길 옆 소박한 꽃들과 함께 고대로부터 우리민족의 하늘을 향한 소망을 담은 「솟대」, 심지어 공중화장실 조형물도 정겹다.


남한강변 지리에 어두워서 인가? 폭염은 한풀 꺾였다지만 30도를 훌쩍 넘어선 햇살 속을 걸으면서‘황포돛배’는 언제 나타날 지 궁금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땀을 뻘뻘 흘리며 1시간 20여분을 걸어 도착한 장소에는 우리를 태우고 왔던 버스 두 대가 먼저 와서 점잖게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그렇지. 「길위의 인문학」은 ‘흥청대는’ 관광여행이 아니었다. 걷기 탐방을 통해 우리 인문학을 조금이나마 체험하고, 그 정신을 사회문화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시행되는 ‘올 곧은’ 행사였다. 흐르는 땀을 식히며, 행사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03. 최석운∙서용선 화실(견학 순서에 따라 기술)

그림이라면 학창시절에 배웠던 유명 작품만 아는 문외한이 유명 화가 화실을 방문한다는 것은 호사였다.
지금까지 미술 관련 서적이나 영상물을 구입해 보기도 했지만 예술적 소양이 그렇게 쉽게 자리 잡혀 지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한 두 차례의 화실 방문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지만 두 분 화백의 작품세계와 예술관에 대한 조용하면서도 열정적인, 진지하고도 진솔한 설명은 무엇인가 색다른 울림으로 다가 온다.
짧은 식견으로 치열한 자기 극복 결과물인 그분들의 그림을 언급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기에, 그 분들의 말씀을 직접 인용한다.

사진 : “그림의 권위적인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소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 “최대한 못 그리자”고 했지만“그게 더 어려웠다” / “잘 그려야 못 그릴 수 있다” 는 최석운 화백

사진 : “모든 국가와 도시에는(또는 그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삶에는) 고유한 색채가 있고”… ”그 차이를 이해할 때 그림도 이해할 수 있다” / “사물을 사실적으로 그릴 수록 더 고정되고 더 불편”했기 때문에… “단순화 하려고 노력한다”는 서용선 화백
문외한이 보기에도 그 분들의 그림에는 현실 세계에 대한 고뇌가 독창적으로, 그러나 객관화되어 잘 나타나고 있는 듯 하다.
* 참고로 간이방석은 최석운 화백의 화실이 좁아 2개조로 나뉘어 참관했고, 대기 조가 화실 앞 숲 속에 앉아 강의를 들을 때 사용했다. 행사준비에 빈틈이 없다.

04. 황순원 문화촌 「소나기마을」
15:50 예정시간 보다 늦게 도착한 우리 일행을 「촌장」이신 소설가 「안 영」님께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소나기마을」은 황순원문학관∙오솔길∙소나기 광장 등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건물과 조형물은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했던 수숫단’을 형상화하였다. 동 문화촌에는 2000년 9월 타계하신 작가 황순원의 묘역도 자리하고 있다.

촌장께서는 작가 황순원의 삶과 문학을 세 단어로 정의한다. “그 첫 번째는 「순수」이며, 두 번째는「절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라 사랑」입니다.”/“그 분은 추대되었던 모든 직책을 사양하고, ‘작가면 족하다’고 하시면서 평생을「작가」로 사셨습니다.”
초빙 강사 김기택 시인은 그 분 작품의 간결∙명료한 표현을 강조한다.

그 분을 조명한 영상물에는 지나치다 할 만큼 가필·수정된 친필원고를 소개한다. 문학의 대가도 수 없는 수정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장을 다듬었다. 이렇게 세상에 나온 간결한 어휘로 그 분은「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고, 「사랑과 구원, 실존에 대한 탐색」을 하셨다는 전시물도 있다. 그 분의 겸허한 삶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귀감 이상으로 가치 있다.
「소나기마을」에서는 우리 일행을 위해 ‘특별히’ 소나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네 개의 분수대에서 아주 짧은 시간(각각 10초간) 쏟아져 내린 인공 소나기는 황순원 선생님의 뜻을 이어 받아, 우리들 마음 속 탐욕을 깨끗하게 씻어 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
05. 마무리
18:00 우리 일행은 동 문학관에서 「두∙물∙머∙리」사행시 수상작 시상을 마치고, 귀경길에 오른다.
본 참여후기에서 늦어진 시간을 여러 차례 언급한 이유는 그 자체가 「길위의 인문학」행사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대부분의 행사들은 시간이 지연되었을 경우, 예정 시간에 맞추기 위해 대체로 일정(시간계획)을 조정한다.
그러나「길위의 인문학」행사는 시간계획 보다 늦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개별행사들을 충분히, 차질없이 진행하였다.
시간 조정은 오직 한 번,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계획표에는 이동시간 포함 1시간 30분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40분으로 단축되었다. 식사 후 여유 없이 이동했지만, 여기에 이 행사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
이와 같이 본연에 충실한 수준 높은 행사에서 행사 공동주최 기관인 「교보문고∙조선일보∙국립중앙도서관」의 권위가 느껴지지만, 다른 한편으로 행사의 내실 있는 진행은 참여자와 초빙강사, 관련 기관을 배려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율해 가는 진상훈·안우상 님 등 진행 요원들의 헌신적 자세에 기인하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길위의 인문학」행사가 지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주최 기관과 진행요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주. 본 참여후기에 수록된 사진은 MS워드·윈도 캡처 프로그램 및 공개 프로그램인 알씨·알씨꾸미기를 활용하여 편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