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들이 - '세미원(洗美苑)'에 가다
방학을 맞아 귀국한 아들이 열흘만에 출국한다.
출국 하루 전 우리 가족 여름 나들이로 양수리의 세미원(洗美苑)을 찾았다.
세미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관수세심(觀水洗心,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관화미심(觀花美心,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는)’에서 따온 말.
수련 연못도 있고 수생식물도 많았지만 압권은 연꽃이다.
때 마침 연꽃의 절정기여서 흐드러지게 핀 희고 붉은 연꽃들이 장관을 이루었다.
“…진(晋)나라의 도연명(陶淵明)은 국화를 좋아했고, 당(唐)나라 때부터 사람들은 모란을 좋아했다.
나는 연꽃을 좋아하노니 진흙 속에서 나왔어도 때묻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었어도 요염하지 않고….”
라고 읊은 중국 송나라 때 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연꽃을 카메라와 화폭에 담는 이들의 모습과
현장학습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이 줄 지어 걷는 모습이 묘하게도 조화를 이룬다.
한 송이 수련으로
이해인, 詩
내가 꿈을 긷는
당신의 연못 속에
하얗게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겹겹이 쌓인 평생의
그리움
물 위에 풀어 놓고
그래도 목말라
물을 마시는 하루
도도한 사랑의 불길조차
담담히 다스리며 떠다니는
당신의 꽃으로 살게 하소서
밤마다 별을 안고
합장하는 물빛의 염원
단 하나의 영롱한 기도를
어둠의 심연에서 건져내게 하소서
나를 위해
순간마다 연꽃을 펼치는 당신
그 푸른 물 위에
말없이 떠다니는
한 송이 수련으로 살게 하소서
Robert Schumann
7. Myrthen Op.25: Die Lotosblume
슈만 / 미르테의 꽃 中 제7곡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