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용 선 화 실
서용선 화가의 양평 화실에는 아직 작업 중인 대형 작품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서용선의 작품 주제는 한국전쟁, 도시, 자연, 신화등 다양하다.
특히 지난 20년간 조선 왕조 역사에 관심을 기울여 단종, 사육신, 영월을 그려왔다.
그의 관심은 회화에 그치지 않고 조형 작업도 하고 있어
화실 마당에 다수의 금속 공예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는 창작에 전념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자리를 스스로 던지고 나온 인물이다.
독일, 미국, 중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발하게 작업과 전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한 결실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스크린에 자신의 그림을 띄우며 설명하는 서용선 화가
70년대 후반 미술대학 시절에는 도시의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강북에서 관악산으로 시내를 관통하며 도시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렸다.
오랜 세월을 두고 복잡한 청계천, 출근 시간의 지하철 입구 풍경 등을 그린 일련의 그림은
우리 사회의 변천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림으로 보는 한국 근대사'라는 인상이 든다.
실존을 다룬 그림은 시각 이미지로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의 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균형적인 구성과 강렬한 색채, 투박하고 거친 형태 등의 특징을 보이는 그의 작품은
다양한 현대미술의 흐름과의 교섭 속에서 자신만의 독자적 특색을 갖추어 왔다.
알렉산더 플랏츠(Alexander Platz), 295*205cm, 아크릴 물감, 캔버스, 미완성
작가의 설명을 옮긴다.
"이 그림에서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윗몸을 벌거벗은 남자의 기타치는 모습이 중심을 이룬다.
2012년 5월 베를린, 더운 날씨에 지하철을 갈아 타려고 알렉산더 플랏츠 광장 밖으로 나와 건물의 그늘에서 몸을 쉬고 있을 때,
덩치 큰 개가 짖어대는 소리가 광장을 울렸다.
분수대에 뛰어들어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먹으며 그 떨어지는 물에다 대고 짖기를 반복했다.
그것을 본 순간 개의 느낌을 상상했다.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은 입에 닿는 순간 흩어지면서 묘한 감각의 자극을 주었을 것이고,
발목 정도 차는 분수대의 물놀이는 그 개의 여름날의 특권이었으리라.
그 옆에는 개의 주인인 거리의 젊은 연주자가 전자 기타를 연주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자 그 젊은이가 저지하여
자리를 옮겨 앉아 연필로 스케치했다.
상황을 관찰하는 방법으로서 그리기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리면서 상황이 더욱 또렷하게 인식된다.
그 장면은 묘하게도 유럽이 통합되어 가며 유럽 정치의 중심이 되어 가는 베를린의 정치적 발전과 대비되는 광경으로 느껴졌다.
이 모습은 다소 낭만적이지만, 주변에 어정쩡하게 자리 잡은 자본주의 색채의 전자상가 자툰이나 갤러리아 백화점 말고는
구동독의 광장 느낌이 아직 남아 있는 젊은 배낭 여행객들의 일시 휴식처이다.
거리의 부랑아 같은 젊은 기타리스트의 전자음악 소리와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며 계속 짖어대는 덩치 큰 이 개의 모습은
도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대해 막연히 소리치는 군중의 소리로 들렸다.
그것은 1953년 남북한 전쟁의 정전 협상이 마지막 단계에 이른 시기, 소련의 압제 밑에서 저항하는 구동독 군중의 소리처럼 들렸다.
(중략)
도시는 자신의 독특한 과거를 지닌 생명체이다.
내가 그리고자 했던 도시의 인물들은 도시의 공간과 함께 존재한다.
만약 인물이 배경의 환경공간과 분리된다면 그 인물은 실존의 추상적 존재로 귀착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가 처한 도시의 환경이나 시대적 징후를 참고하되,
그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형태에 계속하여 집중해야 할 것이다."
최근 주로 독일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품을 그리는데,
전시회 준비차 잠시 국내에 귀국했다고 한다.
독일은 우리와 같은 분단을 경험한 국가이기에 그의 그림에 특별한 영감을 제공한다.
서용선 화가는 올해 6월 고양시미술관에서 열린 남북한 작가들의 풍경 전시에도 출품했다.
8월에는 두만강 건너로 북한이 빤히 보이는 도문에서 중국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연다.
2009년 11월, Tong-in Auction Gallery, SUH, YONGSUN
뉴욕 Creloo Art Gallery 전시회 엽서
소 나 기 마 을 & 황 순 원 문 학 관
7월 방문 후 한 달 여만에 다시 찾은 황순원문학관.
안영 촌장의 환영사를 듣다.
황순원의 제자인 안영 촌장은 황순원의 추천으로 소설가로 데뷔했다.
황순원의 삶을 압축하여 '순수, 절제, 나라 사랑'으로 표현한다.
평생 작가와 교수이외의 다른 직함을 거부했고,
매사에 절제했으며 한 번에 포도 세 알 이상을 먹지 않을 정도였단다.
황순원 문학의 회화성을 주제로 특강하는 김기택 시인
어린이의 말과 시적 언어는 닮았다.
황순원의 두 번째 시집 '골동품'의 시들은 어린이의 눈으로 본 사물이며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별을
쓰느라
머리가
세었소
-'갈대' 全文
키 작은 아이가 큰 갈대를 보려면 고개를 젖히고 올려다 보아야 한다.
그러면 갈대는 하늘을 배경으로 마당을 쓰는 대비를 거꾸로 꽂아 놓은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갈대가 흔들리면 빗자루들이 하늘을 쓰는 것처럼 보이겠지.
가을 하늘이 깨끗하게 보이는 이유는
하늘 마당에 흩어진 별과 구름을 수많은 갈대 빗자루가 늘 쓸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황순원의 대표작인 '소나기'에는 회화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저쪽 갈밭 머리에 갈꽃이 한움큼 움직였다. 소녀가 갈꽃을 안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천천한 걸음이었다.
유난히 맑은 가을 햇살이 소녀의 갈꽃머리에서 반짝거렸다. 소녀 아닌 갈꽃이 들길을 걸어가는것만 같았다.
갈꽃을 든 소녀가 들길을 가는 것과 꽃이 들길을 걸어가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별'의 결말 부분도 어린이의 시선과 회화성이 풍부하다.
어느새 어두워지는 하늘에 별이 돋아났다가 눈물 괴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 아이는 지금 자기의 오른편 눈에 내려온 별이
돌아간 어머니라고 느끼면서, 그럼 왼편 눈에 내려온 별은 죽은 누이가 아니냐는 생각에 미치자 아무래도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눈을 감아 눈 속의 별을 내 몰았다.
하늘의 별이 아이 눈에 비쳤다고 말하는 것과
"별이 눈물 괴인 아이의 눈에 내려왔다"라는 표현 사이에는 정서적 울림의 차이가 매우 크다.
앞의 것은 어른의 시선이고 뒤의 것은 어린이의 상상력이다.
그 말에는 어머니와 누이가 별이 되었을 것이라는 상상, 어머니와 누이가 별이 되어 아이에게 왔다는 느낌,
어머니와 누이가 심리적으로 아이에게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어 있다.
그러기에 아이는 오른편 눈에 들어온 별을 어머니, 왼편에 들어온 별을 누이로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학관은 물론 앞뜰의 분수대도 소설 속 수숫단을 형상화했다.
소나기광장에 인공 소나기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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