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시작되고 5일 연속 36~37도를 넘나든다.
연일 폭염주의보, 폭염경보.
휴일인 5일은 낮 최고 기온이 36.7도까지 오른다는 예보다.
햇빛을 피해 날이 채 밝기 전에 텃밭에 나가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등을 수확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토마토를 끓여 캔닝을 하는 동안 남편은 청소를 했다.
청소를 마칠 무렵에는 전신에 땀방울이 송글송글하다.
피서할 겸 계곡에 다녀오자고 한다.
"어디로 갈까? 가까운 수락산 계곡으로 갈까?"
"시원하기로는 양평 어비계곡이 낫지 않아?"
"일단 나가자."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다가 내가 말을 꺼냈다.
"그런데...... 기왕 나들이하는 김에 피서도 할 겸 형님댁도 방문할 겸 춘천 쪽으로 가는 건 어떨까?"
남편의 눈치를 살핀다.
곰곰 생각하던 남편이 그러자고 한다.
피서 떠난 차량 때문에 돌아오는 길이 막힐 것이고, 하루 온 종일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몇 달만에 아우가 형님을 뵈러 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일단 춘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청평을 지나 현리 쪽으로 들어가는 차가 너무 많아 그쪽은 포기했다.
제이드가든 입구에서 잠시 탐색하다가 뙤약볕이라 들어갈 엄두를 못내고 다시 차를 달렸다.
강촌 구곡폭포 계곡이 좋았던 기억이 나서 그리로 가기로 했다.
경춘선이 전철화 되면서 강촌 구간은 선로가 직선으로 다시 놓이면서 강촌에는 새 역사가 생겼다.
강촌교를 건너 을씨년스럽게 변한 옛 강촌역 옆을 지나며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강촌을 찾는 사람들의 수가 많이 줄었다지만 도로변에 식당과 펜션이 즐비하고 상점마다 사람들이 그득하다.
구곡폭포로 가는 길로 접어드니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펼쳐진다.
구곡폭포는 예전과 달리 입장료를 받는다. 어른 1,600원, 학생/군인 1,000원, 어린이 600원
입구 광장에 쉼터도 잘 가꾸어 놓았고, 신발의 먼지를 털 수 있는 공기 분사기, 물놀이한 몸을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이 있었다.
화장실은 청결하고 냉방시설까지 가동하여 쾌적했다.
등산로 입구에 새집처럼 매달린 상자에 해충기피제 라고 적혀 있어서 열어 보니 몸에 뿌리는 모기 기피제였다.
벌레에 많이 물리는 사람들에게 매우 요긴한 배려인 셈이다.
애니메이션 특화도시답게 길가에는 재미있는 캐릭터들로 장식해 놓았고,
공원 바닥에 구곡폭포의 이미지를 그려 놓아 3D 사진을 찍는 트릭아트도 있다.
구곡혼이라 하여 아홉 가지 정신으로 스토리텔링한 팻말을 드문드문 세워 두어
하나씩 음미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구곡폭포에 이른다.
꿈 (희망은 생명)
끼 (재능은 발견)
꾀 (지혜는 쌓음)
깡 (용기는 마음)
꾼 (전문가는 숙달)
끈 (인맥은 연결고리)
꼴 (태도는 됨됨이)
깔 (맵시와 솜씨는 곱고 산뜻함)
끝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 놓음)
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바라보고 내려오는 길에 계곡에 발을 담근다.
워낙 더운 날이어서인지 물은 발을 담그고 있기에 적당할 만큼 시원하다.
물에 발을 담그고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지다가 누워서 하늘 가린 나뭇잎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나뭇잎이 밝은 연두색에서 짙은 녹색으로 변해 갈 무렵 슬슬 자리를 걷고 하산했다.
큰댁 가족들이 교회에서 돌아왔을 시간이다.
전화도 없이 깜짝 방문하자 시아주버님과 형님이 무척 반기신다.
"전화 드리고 오면 신경 쓰실까봐 그냥 왔어요. "
"잘 왔어."
돌아오는 길은 예상대로 막혔지만, 참 괜찮은 나들이였다.
구곡폭포 매표소
삐에로 모양의 장식이 나무에 걸려있다.
천만 번 들어도 듣기 좋은 말 "사랑해"
구곡정 정자 근처에 있는 카페&식당 '하늘정원'
공원 안에 있는 사유지인 듯.
메뉴에 감자 옹심이, 메밀전병 등의 식사 종류도 있고
차 음료 팥빙수 등도 있다.
음식이 정갈하고 주인 모녀의 손놀림이 민첩하다.
카페 안팎을 장식한 다양한 수석은 주인장의 수집품이란다.
조금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문배마을은 40분 가량 걸어야 한다기에 또 다음 기회로 미루고, 구곡폭포로 향한다.
하늘에서 물줄기가 쏟아진다. 장관이다.
예전에는 폭포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안전 시설을 해놓아 나무 데크 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다.
아이가 어릴 적, 폭포에 오르겠다고 부자간에 절벽에 기어오르는 시늉을 하던 기억이 새롭다.
조금 떨어진 전망대에서도 폭포 전체를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상 하 두 장으로 나누어 찍는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카톡 삼매경
계곡 어디에도 고기 굽는 사람들이 없다.
시민의식이 성숙한 것일까?
그래서 물 맑고 공기 맑아 만족스럽다.
숲이 우거진 곳에 산림욕장이 있었다.
평상도 테이블도 다 갖추어 놓았다.
읽을 책만 가져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구곡폭포 옆에 있는
구곡혼 이야기 마지막 팻말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려 놓는 것이다.
그 의미의 진폭에 자못 숙연해지면서
이형기의 시 '낙화' 한 구절이 입안에 맴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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