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을 나섰지만 당일에 추로지향(鄒魯之鄕) 안동을 섭렵하는 길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덕수궁 앞을 출발할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은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눈보라가 되어 우리 일행을 따라 안동까지 내려왔다.
일정은 시작 단계부터 두어 시간 지체되었고,
마지막 답사지인 농암종택에 당도했을 때는 초겨울의 짧은 해가 이미 기울고 있었다.
농암종택은 퇴계의 고향 선배인 농암 이현보의 종택이다. 농암은 연산군 및 중종 때 형조참판, 호조참판 등을 역임했으며, 은퇴 후에는 고향에 내려와 농부를 자임하고 일개 서생과 다름없는 담백하고 물욕 없는 생활을 해 ‘유선(儒仙)’으로 추앙받았다.
돌아가리라 돌아가리라 말뿐이오
갈 사람 없어 전원이 황폐해지니 아니 가고 어쩔꼬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나니
-이현보 ‘효빈가’
농암은 이곳 분강의 바위에 부딪히는 물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귀머거리바위(聾巖)’라 이름 붙이고 자신의 호로 삼았다고 한다.
강과 달과 배가 있는 풍경 속에서
퇴계를 비롯하여 모재 김안국, 회재 이언적, 신재 주세붕, 송강 조사수, 어은 임내신, 금계 황준량 등
많은 인물들이 회동하며 ‘강호지락(江湖之樂)’의 탈속적인 풍류를 펼쳤던 것이다.
사랑채
긍구당
누가 머무는 걸까? 별채 창호문에 불빛이 비친다.
어부단가(漁父短歌)
이현보(李賢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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