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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그리운 나무

달처럼 2011. 8. 30. 17:21

 

 

 

그리운 나무

                                     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라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뻗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나무의 그리움을 생각해 본다.
얼마나 사무칠까?
그리움으로 하여 꽃을 피워 향기 날리고,
벌 나비 불러 마음 전해 달라고 부탁하는 거라는
시인의 의미 부여에 고개를 끄덕인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들
그리움 하나로 반평생을 지탱해 온 '메밀꽃 필 무렵'의 허 생원
보지 않고도 사랑하고
그 사랑이 살아갈 이유가 된 나무 같은 인물처럼

 

(평창 문학기행을 다녀오던 날, 이효석과 전나무 숲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