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문화답사

전통 한옥의 이유 있는 변신

달처럼 2011. 9. 18. 22:49

서울문화재단에서 2011년 9월 첫째 주부터 '서울을 걷다'를 주제로

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을 선정하여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9월 9일에는 땅콩집 건축가로 잘 알려진 이현욱 건축가의 안내로

동서양 건축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낸 세 곳의 건축물을 탐방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종로구 경운동에 있는 민가다헌(閔家茶軒)이다.

1930년대 초기 구한말, 명성황후의 친척 후손인 민병옥의 가옥으로

화신백화점을 설계한 건축가 박길룡의 작품이다.

 

한옥에 현관을 만들고 화장실과 욕실을 내부로 넣고 이를 연결하는 긴 복도를 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태의 근대적 건축 개념이 도입된 한국 최초의 개량 한옥이다.

현재 서울시 민속 문화재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다.

 

 

민가다헌 대문으로 가는 길 가의 담장 너머로 대숲으로 에워 싸인 안채가 보인다.

 

 

 

안에서 바라 본 대문 쪽 모습이다. 마당에는 마사토를 깔고 돌길을 만들었다.

 

 

담장 안에는 담을 따라 대나무가 열을 지어 서 있다.

 

 

당시 한옥으로서는 이채롭게 설계한 현관이다. 지금은 방으로 개조되었다.

 

 

비를 피해 추녀 밑에 들어서서 이현욱 건축가(오른손을 든 남성분)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금 출입구로 사용하는 곳의 모습이다. 대청처럼 보이지만 건축 당시에는 복도였다.

 

 

민가다헌은 옛모습을 지키되 박제화 된 채로 머물러 있지 않으며,

동서양의 만남, 고전과 현대의 만남을 시도한다.

현재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다.

 

 

예전 현관을 개조한 방에서 내다본 정원 풍경

 

 

한옥의 안채 개념을 도입하여 아늑한 여성적 공간으로 꾸민 까페.

높은 천장에 서까래가 아름답게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주방 쪽 벽면을 장식한 흑백 사진 액자

 

 

남서쪽에 자리 잡은 사랑채는 휴식과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건축 당시 유행했던 빅토리아풍 가구로 채워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넓은 창에 모시 블라인드가 걸려있는 테라스.

온통 밝은 햇살이 따사롭게 스며들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마당 가의 석상

 

 

민가다헌에 어울리는 조각 작품이다.

 

 

정원 한 쪽에는 그늘막을 설치하고 테이블을 놓았다.

 

 

남쪽 담장 밖 주차장에서 바라 본 민가다헌 전경. 목백일홍이 붉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원서동에 있는 한샘 DBEW 디자인센터.

‘동서양의 디자인을 넘어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2004년 설립했다.
창덕궁 후원이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심장부에 입지한 DBEW 디자인센터는

고궁의 '화계'와 궁궐 건축양식을 그대로 빌려 새로 지어 마치 창덕궁의 별채 같은 느낌을 준다.

창덕궁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궁궐의 정자(亭子)를 모티브로 한 한옥과

전면을 유리로 마감한 현대적인 건물이 어우러진 곳.

한옥이면서도 독특하게 5층으로 지어져 마치 창덕궁의 별채 같은 느낌을 준다.

옛 한옥을 개량하는 선을 넘어 고궁의 화단과 궁궐 건축양식을 그대로 빌려 새로 지었다.

한샘디자인센터는 “현대와 과거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지어달라”는 한샘 측의 요구에 따라

‘북촌 한옥 가꾸기’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했다. 

전면을 유리로 마감한 현대적인 건물은 사무실과 행사공간으로,

한옥으로 지어진 곳은 직원들의 휴게실로 쓰고 있다.

한옥공간은‘주로 경치와 전망이 좋은 곳에 쉬고 놀기 위해 아담하게 지어놓은’정자인 셈이다.

통 유리로 지어진 건물에는 층층마다 잔디밭이 넓게 펼쳐진 베란다가 딸려 있다.

베란다라고 하기에는 넓어서 마치 마당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곳에서 바로 옆에 붙은 한옥정자로 들어갈 수도 있다.

일반 5층짜리 건물과 다른 점은 궁궐의 화단 꾸밈방식을 모방해 건물을 계단식으로 올린 점이다.

건물 위로 올라갈수록 평수가 작아진다.

창덕궁과 접한 담도 높이에 따라 사선으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고궁에서 바라볼 때 창덕궁 후원의 담이 연결된 것 같은 형상으로

창덕궁에 또 하나 생긴 정원으로 꾸며진 느낌을 준다.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수상작이다.

 

 

대문 밖에서 바라본 건물 전경

 

 

5층 한옥과 유리 화계(花階)

건물 상층 부분을 점진적으로 후퇴시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게 했다.

 

 

 

 

 

화계 사이로 사람이 보인다. 화계는 각 층마다 앞에 잔디 깔은 발코니를 두었다.

 

 

두가헌(斗家軒)

삼청동길 초입 사간동에 위치한 와인 레스토랑 ‘두가헌’은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 자리한 새로운 문화공간이다.

영친왕의 생모인 엄귀빈을 위해 지어진 한옥으로 유홍준 교수가 ‘매우 아름다운 집’이란 의미의 당호를 지었다고 한다.

1910년대에 지어진 근대적 한옥으로 예스러움과 세련된 현대 문화가 함께 공존하며 이색적인 운치를 선보인다.

또한 마주하고 있는 구한말 러시아식 벽돌 건물에서는  미술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두가헌’은 Wine & Art 란 컨셉으로, 전통 한옥의 공간 속에서 미술문화와 와인이 어우러진 아주 독특한 곳이다.

 

두가헌을 리이노베이션한 건축가는 최욱이다.

그는 “한옥이라는 공간을 체험하고 싶어서 한옥을 고치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한옥을 해석함에 있어 매우 자유로운 입장을 보여왔다.

외벽을 사고석 쌓기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고 목재 루버로 감싼다거나,

마당을 들어올려 데크를 만들거나 하는 것이다.

창호도 전통적인 것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치하곤 했다.

그가 손을 댄 한옥은 한옥 그 자체가 아니라

원래 있던 것과 새롭게 대치된 것과의 흥미로운 대화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철저하게 현대건축가로서의 자기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료와 공간, 형태에 대해 섬세하고 따듯하게 접근하여

한옥 특유의 정감어린 분위기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외벽을 감싸고 세로로 긴 통유리 창을 낸 두가헌의 외관

 

 

영업 시간이라 내부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야 했다.

 

 

두가헌 지붕 위에 잡상들이 앉아 있다.

 

 

돌아오는 차창 밖으로 경복궁 건춘문 앞을 지나는 유치원생들이 보인다.

비를 피하느라 뒤집어쓴 비닐 돗자리. 

도롱이의 현대적 변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