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예술탐방 Best 10선 미술관 탐방은 MBC 김지은 아나운서의 안내로 진행되었다.
출발 전 김 아나운서는 현대미술의 맥락을 짚는 몇 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성곡미술관에서는
1관의 <21세기 풍경: Emptiness>展과
2관의 <또 다른 여름, 생성과 소멸에 대한 시선>展을 감상하며
첫째, 전시 작품을 하나로 묶는 요소, 혹은 각각의 작품을 다르게 만드는 요소는 무엇인가?
둘째, 19세기 인상파의 풍경화와 21세기 풍경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림미술관에서는
<주명덕 사진전, My Motherland>를 감상하며
첫째, 회화와 사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둘째, 18세기 사진이 찍은 대상은 무엇이며, 1980년대 주명덕이 찍은 대상은 무엇인가?
먼저 성곡미술관에 들어서면서 이전의 미술관과 다른 점을 발견한다.
도로와 미술관 출입구 사이에 계단이나 대문이 없다.
이는 1929년 현대미술의 중심지라고 할 수있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시작된 흐름으로
특정 계급이 독점하던 미술품들을 공적 영역으로 개방시키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로써 미술관은 신전 같은 미술관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교육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오늘날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의 미술 작품을 현지에 가지 않고도 볼 수 있게 된 것도
미술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1세기 풍경: Emptiness>展을 알리는 펼침막을 보며 1관으로 들어선다.
처음에 마주친 작품은 김주리의 '揮景(휘경)'이라는 설치 작품이다.
흙을 빚어 만든 주택들이 물에 젖으며 조금씩 주저 앉아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전시실 여기 저기에 놓인 입체적인 작품들을 보느라
이리저리 이동하며 보고 눈높이를 달리해서 보기도 한다.
이 작품 앞에서 김지은 아나운서는 현대미술의 특성과 감상법을 설명한다.
현대미술의 특성은 설치미술이 많다는 점이다.
그것은 사라진다.
박물관 속으로 들어오기를 거부한다.(때로는 너무 커서)
장르 간의 이합집산이 심하다.
이전의 미술은 한 곳에 멈춰 서서 눈으로만 작품을 보는 '눈과의 관계'
현대미술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작품을 다각도로 감상하는 '몸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김해진의 '버려진 풍경'이다. 한쪽 벽면에 시멘트로 작업했다.
김기철의 '수원 화성' 시리즈 중 일부이다. 매우 세밀하면서도 하늘은 독특하다.
노란색, 붉은색의 배경은 사진과 차별성을 두려는 것이다.
돌을 쌓았던 순간의 시간성과 작가의 노력이 통하는 대목이다.
김덕영의 'PANG_Defensive/Offensive Space'이다.
균열로 이지러진 합판에 글루와 페인트로 작업했다.

김태준의 작품 '20080512'이다.

박성훈 'In the Prologue of the End' 원화 드로잉 작품이다.
이 드로잉을 연결한 영상이 한쪽 벽에 흐른다.
차를 운전하면서 차창 밖으로 풍경을 본다.
자동차의 속력으로
차 안에서 혼자 보는 풍경이다.
현대인의 찰나적이고 피상적인 현실 인식을 읽을 수 있었다.
막셀 뒤샹(Marcel Duchamp)의 [샘(Fountain) ,1917] 은 남성용 변기를 거꾸로 세워 전시함으로써,
'거스르다'라는 의미와 레디메이드(Ready-made)라는 개념을 도입시켜
미술창작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21세기 풍경은 작가의 내면 심리를 반영한 풍경이다.
재현이 아니라 의미 부여이다. 이는 사진이 출현한 이후에 생겨난 경향이다.
이번 전시에서 첨단과학의 시대, 물질만능의 시대, 개발의 시대에 경험하는
황량하고 덧없는, 공허한 심리풍경을 이야기하고자 기획하였다." (기획의도에서 인용)
2관에서는 <또다른 여름: 생성과 소멸에 대한 시선>展이 열리고 있다.

<오지 않은 여름>이라는 섹션에 있는
박혜수의 '꿈의 먼지'는 꿈에 대한 설문 조사 용지가 파쇄되어 바람에 날려가 쌓여 있는 모습이다.
잃어버린 꿈을 상기시킨다.
"꿈을 언제 잃어버렸나?"
<오지 않은 여름>이라는 섹션에 있는 또 다른 작품인
문명기의 '정원사의 사물 드로잉 연작' 중 하나의 제목이 눈길을 끈다.
'봉인된 미래'
밀폐된 병 속에 갇혀 거꾸로 세워진 미래는 암담함 그 자체이다.
미래는 오기도 전에 사라지는가?
문명기의 '모든 것들의 순환의 정상 궤도 진입을 위한, 인간의 마지막 반성'은
넥타이를 엮어 교수대를 연상시키는 설치물을 제작했다.
매일 벌어지는 소멸과 상실을 형상화 하려는 것일까?

두 번째 섹션 <지난 여름>에 있는 황현주 '기억하는 사물들'이다.
이전에는 소중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사물들과 그것에 담긴 기억의 편린을 만난다.
하태범 'Dance on the City'도 두 번째 섹션 <지난 여름>에서 만나는 작품이다.
작은 조형물들 위에서 댄서가 춤을 추는 영상과 함께 설치하였다.
작은 정보의 무한증식, 자연 재해, 존재의 가벼움 등을 담담하게 보여 준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또 다른 여름>이라는 마지막 섹션에서는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공장 근로자들의 영상을 담은 테사 주스(Tessa Joosse)의 영상을 통해
생성과 소멸이 '순환'에 잇닿아 있음을 역설한다.
성곡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기념 사진을 남긴다.

대림미술관 정면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되어 있다.
얼핏 네덜란드 출신의 추상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케 하지만
한국의 전통 보자기를 응용한 것이라 한다.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고려해서 설계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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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명덕 사진전 – My Motherland 비록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
이번 전시는 주명덕의 작품 세계 전반을 정리하는 세 번의 전시 중 마지막으로 기획된 것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과 환경을 주제로 한 1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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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 앉아서 내다 보는 풍경이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객의 시선이 아니라
그곳에 살던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이기에 온기가 있다.

'비록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전시 제목과 어울리는 사진이다.

대문 옆쪽 벽의 일부를 포착해서 추상미술을 보는 듯하다.
현대 사진은 조감도처럼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잘라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창호지문을 통해 들어온 부드러운 빛
문창살 무늬가 장판 위에서 흔들린다.
"문명(文明), 풍요, 공해 등과 상관없는 내 나라가 지닌 고유한 전통과 특색을 보존하고 싶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나의 아들 정일(正逸)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다.
우리 겨레가 마음 깊이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풍요로운 조국을
나의 사진을 통해서라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을 뿐이다." (주명덕, 1981)
우리나라의 전통적 삶의 환경과 공간을 테마로 사진을 해온 작가가 자신의 작업 목적을 밝힌 글의 일부이다.
이 글에서 주명덕은 1960-70년대 경제 성장과 개발의 논리에 밀려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가옥과 건축, 지형적 조건을 테마로 사진 기록 작업을 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작가에게 조국(祖國, Motherland)은 어머니의 고향이고 아들에게 물려줘야 할 소중한 가치이자 미학이었다.
조국의 원형을 사진으로 기록해 미적 가치를 더하고 문화의 유산으로 남기는 일은
사진가인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고, 오늘날까지도 작업의 화두이자 테마인 것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왜곡된 한국의 역사와 6.25를 통해 폐허로 변해 버린 환경,
산업화 과정 속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에 대해 느꼈던 비애감은
조국의 공간이 더 많이 사라지기 이전에 기록해야 한다는 당위로 작가를 이끌었다.
그리고 무작위적으로 추출한 특정 대상이 아닌
한국의 공간을 체계적으로 재구축하기 위해 대상을 선별하는 데에 관심을 집중했다.
그런 결과로 근대사의 질곡 속에서 피폐해지고 사라져간 한국의 전통 공간은
주명덕의 사진을 통해 체계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었다.
전통에 대한 존중을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 속에서 전통을 고수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전통적인 주거 공간은 그의 사진을 통해 아름답게 기록, 보존될 수 있지만
그 공간들은 도시화되어가는 현대적 공간과 같이 갈 수 없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현실이다.
편의를 추구하는 현대 생활과 서구문화가 던져준 달콤한 실용주의 속에서 전통 공간은 향수로만 남아 있다.
전통적인 공간은 비록 실생활에서는 불편하더라도 우리의 전통적인 미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것이 주명덕 사진의 목적이며, 도달점이다.
이번 전시는 주명덕의 한국 전통 공간에 대한 미의식과 기록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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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까지 사진 기획 및 편집일을 맡았다. 다양한 인맥과의 협업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넓혀 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도시풍경, 자연환경, 전통, 그리고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을 한데 모아 현재의 세대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
| (대림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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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관람을 마치고 미술관 후원에서 강의가 계속된다.
과거의 사진은 조감도처럼 찍었다면 오늘날은 살고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 온기를 담아 찍는다.
필요한 부문만 찍으며, 필요한 부분만 잘라내어 다듬는 크로핑(cropping) 작업을 한다.
그래서 현대 사진에도 작가의 내면이 깊이 작용한다.
2011년 09월 22일 서울문화예술탐방 미술관 탐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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