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살며 사랑하며

곶감 만들기

달처럼 2011. 11. 9. 15:53

 

 

2011.11.01. 곶감 만들기

 

이틀 전 수원 밭에서 감을 수확해서 보내주셨다.

 

다음 날인 어제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감 어떻게 했니? 작은 것들은 깎아서 곶감 만들어라.

너희 집 볕이 오래 드니까 잘 마를 거다."

"(우물쭈물하며) 네."

"물러지기 전에 바로 해야 된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네."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오늘 아침에 또 확인 전화하신다.

"사실은 어제는 상욱이가 원고 교정해 달라고 부탁한 것 봐주느라 못했어요.

오늘 할께요. 이제 감 깎기 시작하려구 해요."

 

'작년까지도 해마다 곶감 말려서 보내주시더니 이제 사랑이 식은 게야.'

내년이면 팔순인 엄마에게 철없는 딸년은 속투정을 하며 감을 깎기 시작한다.

 

 

 

감 두 쟁반 깎다가 지쳐서 중단하고 달아맬 궁리를 한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본 적도 없다.

으레 엄마가 다 해주는 거 였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에서 곶감 말리는 도구라도 사 두는 건데...

 

이불 꿰맬 때 쓰던 무명실을 꺼내 대(大)바늘에 꿰어

감꼭지에 묶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며 대여섯 개씩 얽어맸다.

 

 

 

빨래 건조대에 조르륵 걸어 놓았다. 실이 끊어질까 조마조마하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감 떨어지는 소리 같다.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데 영감이 동의를 안 한다.

하는 수 없지.

낮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위치를 바꿔 요렇게도 걸어 보고, 저렇게도 걸어본다.

다행히 실이 잘 버텨주었고 곰팡이 나는 녀셕 없이 잘 마르고 있다.

 

 

 

 

11월 9일 반건시 정도로 말랐다.

곶감 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