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01. 곶감 만들기
이틀 전 수원 밭에서 감을 수확해서 보내주셨다.
다음 날인 어제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감 어떻게 했니? 작은 것들은 깎아서 곶감 만들어라.
너희 집 볕이 오래 드니까 잘 마를 거다."
"(우물쭈물하며) 네."
"물러지기 전에 바로 해야 된다."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네."
대답이 시원찮았는지 오늘 아침에 또 확인 전화하신다.
"사실은 어제는 상욱이가 원고 교정해 달라고 부탁한 것 봐주느라 못했어요.
오늘 할께요. 이제 감 깎기 시작하려구 해요."
'작년까지도 해마다 곶감 말려서 보내주시더니 이제 사랑이 식은 게야.'
내년이면 팔순인 엄마에게 철없는 딸년은 속투정을 하며 감을 깎기 시작한다.
감 두 쟁반 깎다가 지쳐서 중단하고 달아맬 궁리를 한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본 적도 없다.
으레 엄마가 다 해주는 거 였으니까.
이럴 줄 알았으면 인터넷에서 곶감 말리는 도구라도 사 두는 건데...
이불 꿰맬 때 쓰던 무명실을 꺼내 대(大)바늘에 꿰어
감꼭지에 묶기도 하고 찌르기도 하며 대여섯 개씩 얽어맸다.
빨래 건조대에 조르륵 걸어 놓았다. 실이 끊어질까 조마조마하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나면 감 떨어지는 소리 같다.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데 영감이 동의를 안 한다.
하는 수 없지.
낮에는 창문을 열어 놓고,
위치를 바꿔 요렇게도 걸어 보고, 저렇게도 걸어본다.
다행히 실이 잘 버텨주었고 곰팡이 나는 녀셕 없이 잘 마르고 있다.
11월 9일 반건시 정도로 말랐다.
곶감 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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