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인문학' 8월 첫 탐방지는 서울이다.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장영우 교수의 해설로 진행한 이 날 탐방 일정은
만해 한용운 시비 → 신경림 시비 → 한국현대문학관 → 성균관 → 수연산방 → 심우장 → 윤동주 문학관을 차례로 둘러 보는 것이었다.
우선 동국대학교에 들러 교정에 있는 만해 한용운 시비와 신경림 시비를 답사하고, 길 건너 장충동에 있는 한국현대문학관을 둘러본다.
서울 중구 필동 동국대학교 교정에 있는 만해 한용운 시비.
만해는 동국대의 1회 졸업생이자 초대 동문회장이었다. 시비는 1987년 동문들이 사재를 털어 건립한 것으로 시 '님의 침묵'을 새겨 놓았다.
시비 앞에서 만해의 삶과 시에 대해 강의한 동국대 장영우 교수는 만해는 한 인간이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 준 全人이라고 표현한다.
만해는 <조선불교유신론>에서 한국 불교의 낡은 정신을 비판하고 자유·평등주의에 입각한 개혁안을 제시하였는데, 그 글에서 승려의 결혼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나라의 힘을 기르려면 인구가 늘어야 하므로 승려도 결혼해 자녀를 낳아야 한다. 한 나라로서 제대로 행세를 하려면 적어도 인구 1억쯤 되어야 한다. 우리 인구가 일본보다 적은 것도 수모의 하나다. 고려시대 승려들의 부패는 禁婚이 낳은 악습의 결과이다. 따라서 결혼 여부는 본인의 판단에 따라 탄력적으로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만해는 시인이자 志士였다. '님의 침묵'이나 '나룻배와 행인'을 통해 그런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문학은 서구적 문화의 이식이었던 점에 반해 소월과 만해의 시는 토착적 정서를 절묘하게 그려냈다. 모순어법(oxymoron)의 기교를 보인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나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등은 서구적 교육을 받지 않았으면서도 문학적 완성도가 높은 표현이다. 그 토양은 한국의 전통 정서를 언어로 담아내었기 때문이다.
시를 교과서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창의적 감상을 위축시킨다. 학교에서는 판에 박힌 해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수용하는 태도를 길러 주어야 한다.
동국대학교에서 장충공원 쪽으로 나가는 교문 근처에 신경림 시비가 있다. 동국대 건학 100주년을 기념해 동문 시인의 시비를 세운 것이라 한다.
시 '목계장터'의 첫구절은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로 시작한다.
'구름'과 '바람', '풀꽃'과 '잔돌'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수업 시간에는 제목과 관련하여 각각 '방랑'의 이미지와 '정착'의 이미지로 풀이한다. 하지만 장영우 교수는 조금 다른 시각을 적용한다. 신경림 시인은 체구는 작았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었다. 어렵고 험난한 시대에 가난하고 억눌린 자의 삶을 대변하는 시를 썼으며, 소위 민주화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시를 우리 사회의 변화와 관련하여 이해할 수도 있다.
한국현대문학관은 수필가 전숙희 여사가 설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문학관이다. 문학관에는 시인 윤동주의 시 「돌아와 보는 밤」등 다수의 친필 원고를 전시하고 있으며, 주요 시집, 소설집, 수필집의 초판본, 번역소설, 『구운몽』, 『운영전』 등 고전소설을 나무판, 금속판에 찍어서 인쇄하던 방각본에서부터, 개화기 이후 서구의 인쇄기계가 들어오면서 활판 인쇄가 가능해지고 대중의 구미에 맞게 소설이 개작되어 선보인 딱지본을 전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문인들의 삶과 문학세계가 담긴 사진들을 전시하고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제작한 '현대문학의 재발견' 시리즈 DVD를 선물로 받았다.
소설가 김동리·황순원 편과 시인 김기림·서정주 편이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노트북으로 내용을 시청했다.
학교에서 수업에 활용할 만한 유용한 자료여서 뿌듯했다.
중요 시인 전시관
중앙전시관에 전시된 친필원고
종합전시관
주요 시인 전시관
초빙 강사인 동국대 문예창작과 장영우 교수와 함께
장영우 교수는 소설가 이태준 연구로 박사 논문을 썼으며, 대표 저서에 '그들의 문학과 생애, 이태준'이 있다.
설립자 전숙희 기념실
그녀의 수필 '설'이 한 동안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었다.
가정에서 어머니들이 설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것을 지켜보며 설레던 아이의 추억이 선명하게 그려진 수필이다.
특히 엿을 고는 대목은 글의 전개방식 중 '과정'의 예문으로 자주 인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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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문학관 관람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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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시간 - 월~금 : 오전 10시~오후 5시 / 토 : 오전 10시~12시 휴한국현대관일 - 일요일 및 공휴일 관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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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100-855) 서울 중구 장충동2가 186-210 한국현대문학관 전화 : (02) 2277-48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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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서 하차 | |
- 2번 출구로 나오면 태극당이라는 제과점이 보이는데, 태극당 오른쪽 골목(불광산사 올라가는 길)으로 3~4분 정도 올라 오면 오른쪽에 보이는 회색 건물이 문학관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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