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문학의 산실을 찾아

[스크랩] 문학기행 - 소설가 채만식 문학의 산실 군산

달처럼 2010. 3. 14. 17:45

겨울 하늘은 낮고 흐리다.

소한 추위가 아직도 대지를 꽁꽁 얼려 놓고 있는 금강하구언에서 바라 본 군산은 잿빛이다.

군산 출신의 고은 시인은 '내 고향 군산에서'라는 시에서 군산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내 고향 군산은

한밤중에도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곳


내 고향 군산은

뱃고동 소리에

아이들이 돛대처럼 자라는 곳


내 고향 군산은

오늘도 누가 떠나는 곳

안개 걷히우면

누가 돌아오는 곳


내 고향 군산의 술집은

저 혼자가 아니라

언제나 먼 나라 사공과 함께 취하는 곳

어서 오라 네 나라 깃발 펄럭일 바람을 주마


---고은 시인의 시 ‘내 고향 군산’ 전문


 

장항에서 금강 하구 둑을 건너 군산시로 진입하는 초입 군산시 내흥동에 '채만식 문학관'이 있다.

채만식은 1930년대 군산 일대의 사회상을 빼어나게 묘사한 소설 '탁류', '태평천하' 등을 쓴 작가이다.

문학관에는 채만식 선생의 일대기를

'군산과 채만식', '삶과 고뇌', '전시실', '영상세미나실', '작품 세계'로 분류하여 구성하였고,

군산시 소속 해설사가 채만식의 문학 세계에 대해 안내하고 있었다.

 

 

 채만식 문학관 내부 - 작품을 소개하는 펼침막

 

 

1930년대 군산의 모습을 설명하는 해설사

 

 

백릉(채만식의 호)의 문학세계

 

 

이 하구둑에 눈밭에 서 있는 시비가 있다. 이광웅 시인의 '목숨을 걸고' 시비이다.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짜가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목숨을 걸고

--- 이광웅 시인 시‘목숨을 걸고’ 전문

 

이광웅 시인은 군산제일고 교사였는데, 전두환 정권 때 오장환의 시'병든 서울'을 읽었다는 이유로 시국사범으로 실형을 받았다. 훗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는 이 사건을 조작된 사건으로 규명한다. 그러나 시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이광웅 시인의 '목숨을 걸고' 시비에서 설명하는 김경식 시인( 문학기행 인솔자 )

 

 

 마침 일행 중에 이광웅 시인의 제자가 있어 울먹이며 스승의 시를 낭송했고,

청중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한 군산의 별미집 '옹고집'

 

 

 교실 패찰을 그대로 붙여 두었고, 복도에 진열한 한지 공예가 학예회를 연상시킨다.

 

 

 식사 후 문학 강연.

강사는 우리가 고등학교 때 국어 교과서에서 읽은 수필 '갑사 가는 길'을 쓰신 이상보 원로교수

 

 

채만식의 고향은 군산에서 27번 국도를 타고 16km. 임피이다.

과거에는 군산보다 번화했던 곳이라지만, 전형적인 소읍의 모습이다.

임피 사거리 생가터에는 '명화마을' 등의 간판을 내건 단층 짜리 상가가 늘어서 있고, 

차도 쪽 인도 끝에 한국문인협회 군산시지회에서 세운 생가 표지석이 옹색하게 서있다.

 

 

생가 터에서 북쪽으로 200m 쯤 걸어 가면 개교 백 주년이 넘은 채만식 선생의 모교 임피초등학교가 나온다.

채만식 선생은 이 학교 4회 졸업생이라 한다.

 

 

임피초등학교 담장을 끼고 돌아가면 임피향교가 나온다.

임피향교 명륜당 뒷편 툇마루에 나란히 걸터앉아 군산의 역사적 의의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구석기 시대 유물 출토, 백제의 대외 무역과 군사의 요충지 , 나당 연합군과의 격전지,

청일전쟁 후 시모노세끼 조약에 의한 군산항 개항,

1910년 한일강제합병 후 일제의 수탈 물자 송출의 전초기지...

 

 

 임피초등학교 옆에 자리한 '임피 채만식 도서관'

 

 

 

 임피 채만식도서관 내부

 

 

 소설가 이무영이 쓴 채만식의 묘비 뒷면

 

 

 임피면 계남리 야산에 위치한 채만식의 묘소

 

무덤을 에워싸고 작가를 추모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모 박물관장은 술 대신 생수를 따르고,

어느 법대 교수는 군산 출신 고은의 시로 만든 노래 '세노야'를 부르고,

('세노야'에는 이 고장 어부들의 슬픈 삶이 녹아 있다.

 '세노야, 세노야'는 군산지역 어부들이 부르던 노동요의 추임새에서 따온 말이다.)

문인협회 광명지부 김 모 시인은 곽재구의 시 '사평역에서'를 암송했다.

 

 

 금강하구언에서 이상보 교수님과 함께

 

 

출처 : 부곡초등학교23회(의왕)
글쓴이 : 문선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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