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 대형식당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박인환 시인의 옛집
언제까지 버텨낼 지 불안한 시인의 집
'유리창 밖의 가로등'이 있던 곳일까?
세월이 가면
박인환
지금 그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손을 안고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손을 안고 가슴에 있네 이 詩가 노래로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朴寅煥 등을 비롯한 한 떼의 친구들은 명동에 둥지를 틀었다. 사람 사는 냄새가 풍겨나게 되었다. 銀星(은성)이란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박인환 등이 밀린 외상값을 갚지도 않은 채 계속 술을 요구하자 술값부터 먼저 갚으라고 했다. 이때 박인환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갑자기 펜을 들고 종이에다 황급히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은성」 주인의 슬픈 과거에 관한 시적 표현이었다. 작곡가 李眞燮(이진섭)에게 작곡을 부탁하였고 가까운 곳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가수 현인을 불러다 노래를 부르게 했다. 이 노래를 듣던 「은성」 주인은 기어이 눈물을 펑펑 쏟고 말았다. 밀린 외상값은 안 갚아도 좋으니 제발 그 노래만은 부르지 말아 달라고 도리어 애원하기까지 하였다. 이 일화는 이른바 「명동백작」으로 불리던 소설가 李鳳九(이봉구)의 단편 「명동」에 나오는 이야기며 몇 년전 EBS를 통해 극화되기도 했다. 인간적 향취가 물씬 풍기던 시절의 멋스런 일화가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샹송풍의 '세월이 가면'은 이후 박인희와 최백호, 이은미 등이 계속 취입하여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노래로 남아 있다. 누구나의 가슴 속에 있지만 미처 명확한 단어로 표현하지 못한 "그 눈동자와 입술" 이란 시어를 발굴해 냈다 그들은 이 노래를 명동 엘리지라고 불렀고 마치 명동의 골목마다 스며 있는 외로움과 회상을 상징하는 듯 이곳 저곳에서 이 노래는 불리어졌다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애절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이 시를 쓰기 전날 박인환은 십년이 넘도록 방치해 두었던 그의 첫사랑의 애인이 묻혀있는 망우리 묘지에 다녀왔다 그는 인생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도, 시도, 생활도, 차근 차근 정리하면서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먼 애인의 눈동자와 입술이 나뭇잎에 덮여서 흙이 된 그의 사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떠서 영원히 가슴에 남아 있는 것, 어떤 고통으로도 퇴색되지 않고 있던 젊은 날의 추억은 그가 막 세상을 하직하려고 했을 때 다시 한번 그 아름다운 빛깔로 그의 가슴을 채웠으리라 이미 오래 전에 그의 곁에서 떠나간 연인의 무덤에 작별을 고하고 은밀히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목마와 숙녀'의 시인, '명동백작' 박인환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만 30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펜 한 자루 (김수영이 '모나리자'에 술값 대신 맡긴 만년필)만 건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뒤돌아 왔다는 일화도 남아 있다.
9·28 수복 이후에 피란갔던 문인들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
폐허가 된 명동에도 하나 둘 술집이 들어서고 식당이 들어서서
당시 탤런트 崔佛岩(최불암)의 모친은
작품이 완성되자 朴寅煥은 즉시 옆에 있던
모든 것이 바로 그 술집 안에서 한 순간에 이루어졌다.
이렇게 "세월이 가면"은 명동의 허름한 대폿집에서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은 순식간에 명동에 퍼졌다
이「세월이 가면」에는
순결한 꿈으로 부풀었던 그의 청년기에
그는 마지막으로 영원히 마지막이 될 길을 가면서
이 아름다운 에피소드가 있었던 그 날 밤.
그는 죽어가는 내내 "가슴이 답답해. 가슴이 답답해"라는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더불어 죽기 며칠 전, 그가 외사랑한 벗, 시인 김수영을 찾아가
'싸롱 마고'에서 박인환을 조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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