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정례를 보내며

달처럼 2011. 11. 4. 18:44

 

2008/12/26 17:09:26

북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양평 갑산 공원 묘지에
정례를 배웅하고 왔다.
유난히 차가운 날씨지만 유택이 양지바른 곳에 있어서
사랑하는 가족들이 그의 마지막을 지켜보기에
생각보다 매섭지는 않았다.
하관을 마치고
너무도 의연해서 더욱 가슴 아픈 상주 성준이가
"어머니, 따뜻하게 모시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읊조릴 때,
저 아이가 형제 자매도 없이 혼자서
이 일을 감당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까 싶어
얼굴을 볼 수 없더구나.
돌아오는 내내
지난 33년간의 수많은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생전에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너무도 안타까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현모양처 이정례.
비록 몸이 많이 아프다가 갔지만
너는 행복자였다.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한 남편,
제 몫을 확실히 해내는 야무진 아들,
맏언니, 맏누나를 끔직이 사랑하는 동생들이 있었잖니?


생전에 정례가 즐겨 불렀다는 찬송
'주여 지난 밤 내 꿈에 뵈었으니
그 꿈 이루어 주옵소서.'를 부르며
정례의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그리고 어제 저녁 성탄절인데도 불구하고 문상해 준
우리 친구들에게 깊이 감사한다.

(2008.12.26. 문선리)

 

 

 

 


 

 

[동문회 홈피에 실린 글]

 

 

....슬픈 소식

 

한참을 망설이다 ...소식을 올린다.

친구 이정례가 갑자기 유명을 달리했다.
이번 30주년 모임에 나오기로 했는데..하루 전에 전화가 와서 다리가 아파서 못나오겠다고
양해를 얻었는데..안타깝게도 어제 하나님의 품으로 ..영면하였다고 한다.
이런 소식을 올려야 하는 현실이 넘 고통스럽다.

발인은 26일이라하고
마지막 가는 길을 보고싶은 친구들은
서울대 병원장례식장 204호실로 조문이 가능하다.
나는 내일 5시정도에 병원을 방문할 생각이다.

좋은 소식을 드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2008.12.24. 김태웅)

 

 

정례한테 갔다가 지금 돌아왔다.

쉽게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친구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수능 전날 통화하다가 "나 아직 아파."라고 하는 것을,

나중에 방학하면, 내가 시간나면 만나야지 하고는 이렇게 보내다니.

(2008.12.24. 문선리)

 

 

조금 전 병원에서 돌아왔다.
남편도 돌아오는 차안에서 친구들이 많이 가줘야 할 것 같다는 얘길하데...
아직도 어린 대학 3학년 외아들과
아직도 너무나 젊은 남편 분의 모습이......

문상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의아해했더니
정례가 유언 중에, 아무한테 알리지 말라 했단다.
그래도 어차피 친구들은 알게 될꺼라고 아들이 아빠를 설득한 모양이더라.

행사 전날, 입원했다는 얘길 듣고
사실 행사준비로 난 너무 많이 피곤해서 망설이다 찾아 갔는데..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증세를 가볍게 얘기하길래
실컷 얘기를 나누다 왔건만 그게 마지막이였다니....

선리도 그 무렵에 보고 다시 또 만나지 못하고
통화만 한것이 마음이 많이 아픈가 보더라.
그렇게 끝까지 숨기고 명랑했던 정례였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눈치도 못챘던 것이였다.

남편 되시는 분은 고위직 공무원이시고
아들은 엄마랑 똑 같은 법학을 공부하고 있다.
워낙 명석해서 며칠 전엔 중앙일보에 공부법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소개되었고,
일주일 후에는 '김영사' 출판사에서 공부법에 대한
저서가 출간될 예정이다. 아들 이름이 '김성중'이다 ㅡ

정례는 책으로 만들어지면 읽겠노라 아끼며
원고도 일부러 안보며 출간날만 기다렸다고 한다.
아들은 그게 한이라고 많이 흐느끼더라......

정례야~~~
유독 남편 사랑 듬뿍듬뿍 받고
똑똑하고 착하고, 나무랄데 없는 아들과
그야말로 남부러울게 하나 없이 여왕마마 같이 살더니...

아직까지 차마 너의 명복을 빌어줄 수 조차 없구나
정례야 .........................

(2008.12.25. 박선미)

 

 

어머님의 추모글이 고교동문회 게시판에 올라와 있다고 연락을 듣고 늦게나마 감사 인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찾아뵈어 주시고 또 동창회 이름으로 찾아뵈어 주신 모든 어른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임종과 함께 조속하게 연락을 드리지 못했던 점 죄송합니다.

어머님께서도 마지막 하늘나라 가시는 길에 친구들의 방문이 가장 큰 힘이 되셨고 가장 반가운 분들이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12월 23일 20시 16분에 하늘나라에 가셨고 다행히도 호홉정지가 온 가운데

큰이모가 부르신 목사님이 당도하셔서 예배드리고 기도해 주시는 것을 보고 가셨습니다.

바로 숨이 끈겨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에 15분이나 기다려 주시고 축도와 함께 운명하셔서 하늘나라에 반드시 가신 것 같아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故 이정례의 子 이성준 드림- (2008.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