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 날이 오면’의 시비가 있는 상록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록초등학교는 심훈 선생의 종손댁(심재영씨 댁)에서 걸어서도 잠깐이다.
상록초등학교는 심훈의 상록수와 직접 인연이 있는 학교다.
송악면 부곡리에는 1930년부터 심재영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야학이 운영되었다.
이 때, 심훈은 ‘그날이 오면’이란 시가 포함된 시집을 출간 하려고 하였지만 일경의 탄압과 검열로 좌절된다.
당진에 내려와 이별한 아내 이해영을 그린 ‘직녀성’의 원고료를 받아 부곡리에 필경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필경사에서 쓴 원고인 상록수가 당선되자 그 상금을 기부하여 야학당 '상록학원'을 신축한다. 이 학원이 지금 상록초등학교의 전신이다.
학교로 가는 길, 못자리에 파릇파릇한 모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한창 모내기철이다.
휴무일이라 학교는 텅 비어있다. 뜻밖의 방문객이 교정에 들어서자 당직 근무자가 나와 몇 마디 묻고는 들어가 버린다.
운동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구령대 좌측에는 교훈이새겨진 돌비가 있다.
그 뒷면에 교가가 새겨져 있다. 교가 가사를 심재영씨가 지었다.
그 뒤로 본관 앞 화단에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비가 서 있다.
시비 앞에 멈춰서서 심훈의 대표 시 ‘그날이 오면’을 낭송한다.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시 ‘그날이 오면’ 전문
자료출처 : (사)심훈 상록수 기념사업회 홈페이지
교회 마당에 데이지와 작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상황이 달라졌어도 소설 '상록수'의 정신은 이 시대에도 꽃 피어야 할 것이다.
그 시대 지식인들의 사명이 문맹 타파, 농촌 계몽이었다면
이 시대의 지식인의 사명은 무엇일까?
오늘날 박동혁과 채영신은 무엇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의문과 숙제를 남기며 다음 여정으로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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