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문학의 산실을 찾아

당진 기행 3. 상록초등학교, 상록수교회

달처럼 2012. 6. 3. 15:14

 

 

이제 ‘그 날이 오면’의 시비가 있는 상록초등학교로 발걸음을 옮긴다.

상록초등학교는 심훈 선생의 종손댁(심재영씨 댁)에서 걸어서도 잠깐이다.

상록초등학교는 심훈의 상록수와 직접 인연이 있는 학교다.

송악면 부곡리에는 1930년부터 심재영이 주축이 되어 시작한 야학이 운영되었다.

이 때, 심훈은 ‘그날이 오면’이란 시가 포함된 시집을 출간 하려고 하였지만 일경의 탄압과 검열로 좌절된다.

당진에 내려와 이별한 아내 이해영을 그린 ‘직녀성’의 원고료를 받아 부곡리에 필경사를 지을 수 있었다.

필경사에서 쓴 원고인 상록수가 당선되자 그 상금을 기부하여 야학당 '상록학원'을 신축한다. 이 학원이 지금 상록초등학교의 전신이다.

 

학교로 가는 길, 못자리에 파릇파릇한 모가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한창 모내기철이다.

휴무일이라 학교는 텅 비어있다. 뜻밖의 방문객이 교정에 들어서자 당직 근무자가 나와 몇 마디 묻고는 들어가 버린다.

 

운동장에서 올려다 보이는 구령대 좌측에는 교훈이새겨진 돌비가 있다.

그 뒷면에 교가가 새겨져 있다.  교가 가사를 심재영씨가 지었다. 

 

그 뒤로 본관 앞 화단에 심훈의 ‘그날이 오면’ 시비가 서 있다.

시비 앞에 멈춰서서 심훈의 대표 시 ‘그날이 오면’을 낭송한다.

 

그 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 심훈 시 ‘그날이 오면’ 전문

 

 

 

 

 

 

 

 

자료출처 : (사)심훈 상록수 기념사업회 홈페이지

 

 

 

 

 

 

교회 마당에 데이지와 작약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상황이 달라졌어도 소설 '상록수'의 정신은 이 시대에도 꽃 피어야 할 것이다.

그 시대 지식인들의 사명이 문맹 타파, 농촌 계몽이었다면

이 시대의 지식인의 사명은 무엇일까?

오늘날 박동혁과 채영신은 무엇을 위해 헌신할 것인가?

스스로에게 의문과 숙제를 남기며 다음 여정으로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