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제1경으로 왜목일출을 꼽는다.
서해에서 유일하게 일출, 일몰, 월몰을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서 특히 황토빛 불기둥을 만들며 살며시 올라오는 서정적인 일출이 일품이라고 한다.
당진 기행의 마지막 여정으로 들른 왜목마을의 시원한 해풍이 때이른 더위에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우는 해는 서편 절벽이 가려주고, 눈 앞에는 배가 두둥실 떠 있는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여름 피서지로 적격이다.
벌써 도로변까지 텐트가 즐비하다.
방파제를 지나 한적한 곳에 이르러 바위에 걸터 앉으니 즉흥 연주회 장소로 손색이 없다.
일행 한 분이 우쿠렐레와 오카리나를 배우고 있다고 하여 미리 연주를 부탁하였는지 악기를 준비해 왔다.
연주에 맞춰 모두들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다가
리크레이션 강사 자격이 있는 박 간사가 가르쳐주는 율동을 따라 한다.
편안한 휴식이다.
백사장이 있는 곳과는 달리 자갈돌이 깔린 이쪽으로는 오는 이가 적어 우리 일행만의 공간이다.
저마다 다양한 색깔을 지닌 돌들을 들여다 보며 해변을 걷는다.
다시 오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귀로를 서두른다.
이번 여행은 초등 동창 다섯이 함께 했기에 의미가 각별했다.
여행 배낭을 꾸리며 시선집 '김남조 시 99선'을 넣어 두었다.
버스 이동 중에 읽으리라.
이날의 여행과 관련해 새롭게 읽히는 시가 있었다.
하느님의 동화
절망이 이리도 아름다운가
홍해에까지 쫓긴 모세는
황홀한 어질머리로 바다를 본다
하느님이 먼저 와 계셨다
이르시되 너의 지팡이로 바다를 치면
너희가 건널 큰 길이 열릴 것이니라.
하느님께선
동화를 쓰고 계셨다
지팡이 끝이 가위질처럼
바다를 두 피륙으로 갈라
둥글게 말아 올리며
길을 내는 대목,
동화는 이쯤 쓰여지고 있었다
모세의 지팡이
물을 쳤으되
실바람 한 주름만 일 뿐이더니
일행 중의 한 사람이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그 믿음으로 길이 열려
그들이 모두 바다를 건넜다
홍해 기슭 태고의 고요에
홀로 남으신 하느님,
오늘의 동화는 괜찮게 쓰인 편이라고
저으기 즐거워하신다.
(김남조·시인, 1927-)
하나님이 쓰신 동화에 사람이 이어쓰기를 해야 한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지팡이로 바다를 치면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부분까지가 하나님의 동화라면
그리로 걸어가는 사람이 동화의 다음을 이어쓰는 것이다.
지금 내가 써 나가는 동화는 하나님 보시기에 어떨까?
괜찮은 동화,
저으기 즐거워하실 만한 동화를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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