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달처럼 2012. 7. 7. 19:42

 내 버디 몃치나 하니 水石(수석)과 松竹(송죽)이라
東山(동산)의 달 오르니 긔 더옥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 밧긔 또 더하야 머엇하리.

 

윤선도는 시조 五友歌(오우가)의 첫 수에서

동산에 떠오르는 달을 친구로 반긴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반가운 친구가 있다.

'달'이라는 별칭을 쓰는 친구,

미국에 살지만 고국에도 두루 비추는 친구,  
친구들 심심할까봐 간간이 폭소를 유발하는 친구,

요리면 요리, 기악이면 기악, 사진이면 사진,

거기다가 컴퓨터 실력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재간둥이.

 

서울에,

그 전천후 달이 떴다.

전화비 아끼려 로밍 신청 안 했다는 말을 던지고 버티는 그녀를

부지런한 선미가 번개로 불러냈다.

 

'애진이가 왔단다.

내일(목) 우리 카페에서 저녁 8시에 만나.'

 

긴 가뭄 끝에 장맛비가 시원스레 내리는 날 플레이카페 스케치북에 친구들이 모였다.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동안 

양거승 친구의 부인 순상 씨는 카페를 위해 준비한 센스있는 선물을 전달한다.

 

스케치북은 각종 전시와 공연이 열리는 복합문화 공간인데, 

예술가의 감각으로 리모델링한 독특한 건물 구조와 실내 인테리어가 입소문이 나서

대중 매체나 방송국에서 촬영 섭외가 쇄도한다고 한다. 

 

지난 4월에 들렀을 때는 사진작가 강재현의 '말라가시를 위하여'를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환상적인 채색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벽면이 화사하다.

정재영 작가 초대전 'DREAM'전이 7월 2일부터 시작되었다.

장르는 디지털회화인데,

작품 설명에 의하면

"디지털회화는 인물이 자연의 일부인 듯 자연스럽게 융화된 원본 사진을 바탕으로

색감과 질감의 혼합 과정인 디지털 작업을 거쳐

다시 아날로그 작업으로 질감을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디지털 아트와는 구별된다."

마무리 작업이 점묘를 연상시키는 세밀한 기법이어서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4개월 가량이라고 한다.

 

추억, 꿈 등 인간의 감성에 온기를 더하는 아날로그적 사고를 형상화하기 때문인지

작품이 전반적으로 곱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한 바퀴 둘러보고 식사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인물이 자연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그림 속에도 비가 내린다.

 

 

꿈길인가?

꽃배(花船) 한 척이 연못 위를 스치다 연꽃에 이끌린다.

 

 

아기자기한 실내 소품이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억지로 감상을 강요하지 않는 자연스런 분위기다.

 

 

작품 제목이 없는 것은 요즘 추세이고,

작품 가격도 작가가 일방적으로 매기지 않았다.

 

 

2층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데 선미가 올라오더니 많이 찍어서 올리라고 하고 내려간다.

몇 장을 더 찍고 뒤따라 내려오니, 1층에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차 타러 밖에 나가 있나보다 생각하고 밖에 나와 휘 둘러봐도 아무도 없다.

비가 오니 차 안에서 기다리나?

밤이라 길가에 주차된 차의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꺼내 최근 통화 목록을 찾았다.

양거승 차를 타고 오느라 통화한 흔적이 있어서 그걸 꾹 눌렀다.

전화기 안에서 왁자하게 웃음이 터진다.

차에 다 탄 줄 알고 출발했다는 것이다.

전화기에 내 이름이 뜬 걸 보고 뒷자리에 있는 사람이 왜 전화를 했을까 의아했단다.

태웅이가 데리러 갈 테니 기다리란다.

 

 

우산을 쓰고 기다리다가 카페 외벽에 걸린 전시회 펼침막을 보고, 그 와중에 한 컷 찍는다.

 

 

우여곡절 끄~ㅌ에 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이제부터는 오늘의 주인공 애진이 중심으로만 이야기 하는 거다.

식사 도중 태웅이가 애진이에게 말을 건네자

애진이가 말을 받는다. "밥부터 먹자."

 

잠시 '달'이 화제가 된다.

혹 애진이가 무안할까봐 그 달보다 더 큰 달인 내가 끼어들려 하니,

여기에 달이 어디 하나 둘이냐는 말이 돌아온다.

아무렴, 달이라고 한들 어떠리, 해라고 한들 어떠리.

못 생겼다는 말이 상처가 되지 않고 우정으로 들리니 

우리 친구 아이가?

 

식사 하는 틈틈이 새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 찍으랴,

태웅과 만섭의 설전을 LA 친구들에게 들려주겠다고 녹음하는 제스쳐 취하랴,

애진이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호진은 지난 번 부조금 건으로 한바탕 폭소를 자아냈다. 

나에게 부조금 전달을 부탁하면서 동그라미 하나를 더 보태서 송금했던 것이다.

차비 보태준다더니 스케일이 엄청 크더구만. ^*^

 

 

애진이 환영 명분으로 근사한 만찬을 즐겼다.

저녁을 제공한 친구여, 번번이 고맙네.

 

 

식후의 차 한 잔을 하러 다시 카페에...

작품을 타일에 프린팅한 기념품이 판매대에 진열되어 있다.

 

 

내 사진기가 어설퍼서 실물의 그림자 정도밖에 못 전한다.

 

 

 

전시 공간으로서의 '스케치북'이 지닌 미학에 대해 한 마디

 

 

사업을 통해 얻은 철학과 인생에 대한 관조가 갈수록 깊어지는 친구

 

 

다음 날 일찍 외국 출장 떠나야 하면서도 참석하여 의리를 보인 만섭

차 맛있게 마셨다우.

과일 스무디도 맛있지만, 아보카도 크림에 커피 넣어마시는 그 메뉴 아주 좋아요.

 

 

이제 공연 보러 가자.

10시부터 2부 공연 시작한데이.

 

 

 


 

[덧붙임 - 총동문회 홈페이지 댓글들]

 

denver
2012/07/09 13:14:53
Did you all get my StarBucks Cards?
aechinoh
2012/07/10 13:09:02
달달한 글로 확실하게 홍보해주네!!! 홍보부장?
이런 개성있는 까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문화에 익숙치않아서 남 새
롭고 넘조터라
여기선 밥넉고 맥다방가서 1불 자리 먹물 사서 디립다 시간주기거든 ㅎㅎㅎ나는 미국 넝마 수준이야....
aechinoh
2012/07/10 13:16:48
태웅아 밥 너무 잘머거서. 호진아 노무 조은구경해서. 만섭아 스무디 배불리머거다. 용애야 영미야 시디가 달토록 잘들을께. 구진날씨에 원근 각처에서 차자주고 데따주고... 빈손으로가서 황송하소 브끄
문선리
2012/07/10 14:31:32
'홍대 입구'는 나이들은 사람이 기웃거리기에는 왠지 눈치보이는 곳이지.
친구들 덕에 좋은 분위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다들 고마워.
매화
2012/07/13 01:19:39
선리야
너 실종된 내용에서 지금 또 빵 터졌다~~
다시 생각해도 왜 이리 우스운지.....ㅎㅎㅎㅎㅎㅎ

참말로 글도 맛깔스럽고,,
걍 단숨에 술술술 읽어뿌리게 하는 재주는
역시 국어슨상님으로 손색이 없구나.ㅎㅎ
매화
2012/07/13 20:49:27


모두가 마이 묵꼬 강단있게 튼튼하게 하옵시며..
자주자주 만나 맛난거 먹게 하옵시고..
멕여 준 태웅이 부자 되게 하옵시며,
달띵이 같이 무거워지게는 마옵소서~~~ㅎㅎㅎㅎㅎㅎ





아 눈 찌르겄따......




만날 적 마다 용애는 와인 한 병 꼭 챙겨오는 이쁜 짓~!^^





호진이가 이제 보니 얼굴이 계란형이네........








아~~~ 이 양반들 식을줄 모르는 애정을 어쩌면 좋담....
만섭이 카푸치노 거품....ㅎㅎㅎ




잘록한 허리가 꼭 내 모습이구먼....ㅎㅎㅎ
양박사 부부야~! 늠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