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몇 차례 공연 관람을 함께하던 친구들이
벚꽃이 피면 경치 좋은 곳으로 봄나들이 가자는 말을 꺼냈다.
영미는 자기 집 근처인 안산에 벚꽃이 아름답다고 추천했다.
봄이 오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벚꽃 개화 시기 예보에 맞춰 약속을 잡았건만,
때 늦은 추위에 남쪽에서 올라오던 꽃 소식은 어디론가 증발했다.
여의도에도 벚꽃축제 기간이 끝날 무렵에야 꽃이 만개했을 정도이다.
꽃 없는 꽃놀이도 싱겁지만, 봄 같지 않은 이상 저온에 봄나들이는 무리다.
미루어 오던 봄나들이는 직장에 매인 내가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이번에는 장소가 문제다.
이제 신록의 계절이니 숲을 보기 좋은 곳으로 가야지.
승란이와 선미가 서울 숲과 경복궁을 놓고 경합을 벌이다가 서울숲으로 기울었다.
각자 간단히 점심을 준비하기로 했다.
카톡 그룹 채팅방에 응답하는 순서대로
김밥, 과일, 떡, 샌드위치, 커피와 간식을 하나씩 맡았다.
드디어 D-Day, 5월 9일
날이 흐렸지만 일기 예보에 저녁 7시 이후 비가 온다고 해서 안심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 일과를 마치고 출발할 시간이 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오후 12시 12분. 선미가 카톡을 날린다.
"비 와서 우짜꼬.... 김밥 샀는데"
승란 : "어떻하지?"
영미 : "비싼 거 맛난 거 많이 준비했는데~~
뭐~~ 친구들 보면 굿~~이야."
용애 : "보온병 2개 커피물 끓였는데"
선미 : "우리 카페로 오던가..."
동양북스 지하 사무실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펼치는 순간 소풍은 시작이다.
연륜이 있는지라 김밥, 떡, 빵, 하나같이 엄선한 것들이고
은희는 양념 굴비를 넣은 양배추 롤밥과 유부 초밥과 샌드위치를 맛깔나게 해 왔다.
여섯 여자들의 느닷 없는 회동이 의아한지 김태웅이 묻는다.
"너희들 왜 모였니? 오늘 누구 생일이니?"
서로 자기 생일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맞아. 우리들 생일이야.
生日은 태어난 날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살아있는 날도 생일이다.
생기있게 사는 날이 생일 아닌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소화시키기 위해 빗속의 산책을 감행한다.
벚꽃 보러 가려던 서대문구 연희동 안산으로 향했다.
서대문구청에 주차하고 안산 자락길 들머리로 들어가니
홍제천에 세워진 교각마다 명화가 그려져 있었다.
마네, 르느와르 등 대중에게 친숙한 화가의 그림들이 도열해 있다.
한편에서는 대빗자루로 하천 바닥을 쓸어내는 구청 직원들이 보였다.
비가 오는 중에도 하천과 숲을 정성스레 가꾸고 있었다.
영미네는 홍대 입구 쪽에 살다가 공기가 맑은 곳을 찾아 이 동네로 이사했다고 한다.
남쪽에는 안산, 북쪽에는 북한산이 천연 공기 정화기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영미가 흥겨운 목소리로 안내를 시작한다.
"이 나무들이 다 벚나무야.
벚꽃이 활짝 피었을 때 얼마나 예뻤겠니?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
숲길을 걸으며 벚꽃으로 뒤덮였을 안산의 장관을 상상한다.
그러나
한 번의 기회가 갔다고 끝은 아니다.
벚꽃이 진 안산은 갖가지 허브와 철쭉, 튤립 등 초여름 초목으로 충만했다.
한창 때가 지난 꽃이 더 향기롭다고 한다.
인생의 봄이 갔다고 의기소침할 일이 아닌 것이다.
홍제천 징검다리
우산과 물레방아
즐거운 기분이 표정에 녹아 있다.
연희 자락길 내 '연희 숲속 쉼터'
철쭉 사이 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노라면 청사초롱이 이어져 있다.
밤에는 여기에 불을 밝혀 은은하게 길을 비춘다.
다리 위의 다섯 선녀
선녀들이 희롱할 성진(구운몽의 주인공)은 언제 오려나...
연희 숲속 쉼터 중턱의 튤립 화원
허브 '초코민트'
허브 향을 맡으며 산책하기
아이 예뻐라 !
꽃을 보는 얼굴마다 미소가 활짝
루피너스
예쁜 것이 꽃만은 아니다.
사진이 잘 나온 건가?
아니야, 사진은 거짓말 못해.
멋진 그대들
길을 가다 찍사의 요청으로 뒤돌아 본다.
이슬비가 내려서 더 좋았어.
색색의 우산이 어우러져 멋지다.
다음엔 맑은 날에도 우산 챙겨가기로~
어느 집에서 그랬다지?
아직은 봐 줄 만하다고...
웃고... 웃어주고...
그게 사는 재미
느티나무에 사람 걸렸네?
연예인급 포즈 1
연예인급 포즈 2
연예인급 포즈 3
황매화
신록과 빨강 우산
이런 색채 대비를 보색 대비라고 배웠던 것 같아.
세 갈래 길에서 길을 막고 서서
연희동에 윤동주가 다니던 연희전문학교가 있어서 인가?
그의 시에서 말하는 '또 다른 고향'은 이상적 공간을 가리킨다.
저항시인으로서 그가 지향했던 이상적 공간은
식민지 조국에서도, 고향인 북간도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어느 시대나 산다는 것은 궁극에는 이상적 자아 찾기인 셈이다.
메타쉐콰이어 숲
저 우듬지를 보아.
소나무 숲을 지나며
숲속 공연장
물레방아 검은 너와 지붕에도 생명이 싹튼다.
어처구니가 없는 맷돌을 쌓은 석가산
산책을 마치며
우리들의 午餐
기상 상황 때문에 풀밭 위의 식사는 물 건너갔을지라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충만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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