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멋지게 살지게

길 위의 인문학 '화천'편 - 2부

달처럼 2010. 6. 27. 14:51

평화의 물결, 시 노래로 출렁이다 - 길 위의 인문학 '화천'편

 

2부 : 파로호, 구만리에서 평화의 댐까지 

 

 파로호(破虜湖)

1944년 화천댐 건설로 생긴 호수

원래 이름은 '대붕호'

하루에 구만 리 장천을 나는 전설상의 새 '대붕(大鵬)'을 닮아서 그렇게 불리웠다.

그러다가 한국전쟁 당시 이 곳에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중공군 포로 6만 2천 명을 사살, 생포했다 하여

이승만 대통령이 '오랑캐를 무찌른 호수'라는 뜻으로 '파로호'라고 명명했다.

수 많은 포로들이 수장된 곳이라 한동안 화천 사람들은 파로호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구만리 선착장

호수의 옛 이름 '대붕호'를 연상케 하는 지명이다.

지형이 하루에 구만 리를 난다는 대붕의 다리 모양을 닮았기 때문일까?

 

 평화의 댐을 오가는 배 '물빛누리호'

 

 선상 공연

'이등병의 편지'를 부른 작곡가 겸 가수 김현성이

정호승의 시에 자신이 곡을 붙인 '술 한 잔'을 부른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 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

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 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 잔 사 주지 않았다."

 

누룩 기피증이 있건만 가사가 강한 울림으로 귓가에 맴돈다.

 

목을 아껴야 하는 가수가

기계음이 시끄러운 선실에서 기꺼이 열창한다.

 

  가수 김현성은 시와 그림과 사진을 노래와 조화시키는 음악인이다.

시에서 음악의 영감을 얻는다는 그의 이야기에는 독서의 깊이와 넓이가 느껴진다.

 

 이어서 문태준 시인이 전방에서 근무하던 군 시절을 회상하고

 

문 시인이 자작시 '빈집의 약속'을 낭송한다.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별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를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뭉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 앉았다가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등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 문태준, '빈집의 약속' -

 

 초청 문인의 좌장격인 윤후명 작가가 환영사를 하고 '만신창이의 사랑'을 낭송한다.

 

 선상 공연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동안 배는 건너편 선착장에 다다랐다.

멀리 보이는 것은 평화의 댐 배수터널이다.

이 댐은 발전 용도가 아니라서 수문이 없고, 일정 수위가 되면 저절로 물이 빠지게 설계되었다.

 

 평화의 댐

1986년 북한의 임남댐 착공 소식에 대응하여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같은 해에 평화의 댐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1단계에 80m, 2단계에 45m를 추가로 건설하여 

2006년에 총 125m 높이의 댐을 완공했다.

 

 바닥이 드러난 평화의 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