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티니케탄
해는 달 속에서 뜨고
달은 해 속에서 뜨고
해는 솟아올라 저무는 달에게 챔파꽃 레이를 걸어주고
달은 솟아올라 저무는 해에게 라마야나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린 꽃들은 코끼리 등위에서 피어나고 어린 코끼리들은 어린 꽃들의 이마 위에서 잠들고
서로 사랑하다가 서로 웃다가 꽃이 피고 저녁이 오고
어린 새들이 별과 별 사이를 날아다니고
잠시 인도에 다녀왔습니다 샨티니케탄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처음 시에 몰입하던 스무살 언저리부터 샨티니케탄을 찾아가고 싶었지요 Santi Niketan 평화와 장소라는 단어가 모여 만들어진 이 마을은 만년의 라빈드라나드 타고르가 꿈꾸었던 이상의 마을입니다 그는 샨티니케탄에 시와 음악 무용 회화 철학,,,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모여 평화롭게 살아가는 꿈을 꾸었지요 타고르의 시를많이 좋아했던 그 무렵의 나는 언젠가 꼭 샨티니케탄에 가서 그의 냄새를, 흔적들을 만나고 싶었지요 무엇보다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챔파꽃이라는 꽃을 꼭 만나고도 싶었습니다,,,,,살다보면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향수 같은게 마음 속에 피어오르는 순간이 더러 있습니다 이스탄불, 알렉산드리아, 아슈하바트,,,같은 도시의 이름들은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한없이 설레이지요 그곳에 누가 사는지,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말이지요,,, 샨티니케탄과 챔파꽃이 그러했습니다 그곳이 인도의 어디쯤에 있는지,그꽃이 언제 무슨 색으로 피는지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단지 타고르의 시 어디쯤에 한 줄 나왔다는 것 뿐으로 나는 그들의 존재를 사랑하게 되었지요
캘커타의 하우라역에서 샨티니케탄 익스프레스 열차를 탔을 때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야만 했습니다 200km, 불과 세 시간 뒤면 그토록 기다려온 샨티니케탄에 들어선다 생각하니 믿어지지가 않았지요 열차 안에서 한 인도 학생이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샨티니케탄에 가는가... 스무살적부터 타고르의 시를 좋아했다 그의 시에 챔파꽃이라는 아주 사랑스런 꽃이 자주 나오는데 그 꽃도 찾아보고 타고르의 흔적들도 찾아보고 싶었다
나의 말이 끝나자 그는 열차 안의 학생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스무명쯤의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불렀지요 샨티니케탄 아쉬람 송이라고 일러 주더군요 먼 이역 땅에서 오래된 꿈을 좇아 찾아온 여행자에게 최고의 환영을 표하는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숲과 작은 오솔길 호수와 새들과 사슴과 색색의 꽃... 샨티니케탄에 도착하는 순간 타고르가 왜 이곳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설정했는지 알 수 있었지요 챔파꽃은 따로 찾을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마을 전체가 거대한 챔파나무의 숲에 뒤덮여 있었으니까요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그곳은 챔파나무의 그늘 아래였지요 그곳에서 머무는 열하루 동안 매일 호숫가로 산책을 나가고 두타라를 연주하는 늙은 릭샤왈라와 함께 릭샤를 타고 인근 마을들로 소풍 나가고 열명쯤의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고 50편쯤의 시를 쓰고...
- 시, 글 곽재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