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문화답사

갤러리 탐방 1. 학고재갤러리

달처럼 2011. 9. 27. 21:36

학고재(學古齋)는 유서 깊은 북촌에 자리 잡은 예술의 산실입니다. 학고재의 전시공간은 한옥의 예스러운 멋과 양옥의 세련된 맛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만든다’는 학고재의 지향은 건물의 외관에서 명확히 드러납니다. 앞에는 어제의 교훈을 되새기는 건물, 뒤에는 오늘의 모색이 숨 쉬는 건물이 어깨를 마주하고 있어 우리가 창조해야 할 내일의 모습을 가늠하게 합니다.

 
 

1988년 서울 인사동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학고재는 개관 20주년이 된 2008년,

북촌에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꾀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증축하면서 전시 기획에서도 ‘뿌리가 있는 현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새로운 학고재의 패러다임을 잘 보여줍니다.

프랑스 생 테티엔느 미술관의 관장인 로랑 헤기(Lóránd Hegyi)가 기획한 기념전 <센시티브 시스템(Sensitive Systems)>은

창조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예술적 창조의 에너지가 기어코 그려낼, 미래의 비전을 적실하게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에 출품한 작가는 이우환, 로만 오팔카(Roman Opalka), 주제페 페노네(Giuseppe Penone), 귄터 위커(Günther Uecker) 등 네 명입니다.

그들의 작품은 거장의 마스터피스에 담긴 예술적 위광을 유감없이 드러냅니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은 학고재의 정체성을 이루기도 하지만 미래에 살아남을 현대미술의 정향성이기도 합니다.

 

학고재가 기획해온 전시는 학고창신(學古創新)의 정신에 어긋남이 없었습니다.

<19세기 문인들의 서화> <무낙관 회화> <구한말의 그림> <조선 중기의 서예> <만남과 헤어짐의 미학> <유희삼매> <조선 후기 그림의 기와 세> 등은

전통미술의 새로운 가치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주제와 구성 면에서 유별난 장을 펼쳐 보여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았고 애호가의 찬탄을 불렀습니다.

또 현대 작가전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펼쳤습니다.

강경구, 강미선, 강요배, 강익중, 김호득, 문봉선, 민정기, 박성실, 석철주, 송필용, 송현숙, 신학철, 심현희, 안규철, 오윤, 윤석남, 이영배, 이종구,

이효성, 정상화, 정현, 한기창 등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조형을 탐구하는 이들 작가의 전시는 현대성의 흐름을 살피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외에도 김동연, 김아타, 이명호 등의 작가가 학고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학고재는 해외 작가들의 진취적인 작품을 국내에 적극 소개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미니멀니즘 작가들로 구성한 전시인 <풍경으로서의 미니멀니즘>을 통해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로버트 만골드(Robert Mangold), 리처드 터틀(Richard Tuttle),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과 로버트 라이먼(Robert Ryman)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 밖에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 진 하이시타인(Jene Highstein), 팀 롤리(Tim Lowly), 줄리앙 오피(Julian Opie),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Michael Craig-Martin), 이안 다벤포트(Ian Davenport), 장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 류샤오동(Liu Xiaodong), 베르나르 프리츠(Bernard Frize)등

세계 미술계의 걸출한 작가들이 학고재를 통해 애호가와 만났습니다.

 

학고재는 유능한 한국 작가들을 해외에 알리고 외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을 유치하고자 해외 아트페어에 열성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스페인의 ARCO를 비롯하여 중국의 CIGE, SHContemporary, ART HK 미국의 ACAF, ART Chicago 등 개성이 강한 각국의 아트페어에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학고재는 미술사에 남을 작가들을 찾습니다.

미술사에서 주목받을 만한 전시를 꾸준히 기획함으로써 미술인들의 사랑을 받는 현대미술의 태자리가 되고자 다짐합니다.

 

(학고재 홈페이지에서 인용)

 

 

 

 

 

 

팀 아이텔 Stadien(Arenas) 2001 Oil on canvas 20 ×20(1-3) 17.8×17cm

 

 

 

 

팀 아이텔 Five Men Around a Table 2011 Oil on canvas 175×210cm

 

 

팀 아이텔 Untitled(Part) 2011 Oil on canvas 25×22cm

 

 

팀 아이텔 Untitled(Mist) 2011 Oil on canvas 30×30cm

 

 

팀 아이텔 GfZK schwartz 2001 Oil on canvas 180.3×240cm

 

 

팀 아이텔 Untitled(Cot) 2009 Oil on canvas, 22.9×22.9cm


 
팀 아이텔 Untitled(Wrap) 2009 Oil on board 30.5×27.9,cm

 

 

팀 아이텔 Untitled(Blue Coat) 2011 Oil on canvas 25×25cm

 

 

팀 아이텔(Tim Eitel),  <The Placeholders>展

 

학고재갤러리서 亞 첫 전시

 

추상 풍경에 정적 인물… 관객이 ‘소외’ 떠올리게 해

 

 

제목에 ‘검은’(Schwarz)이라는 단어가 곳곳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배경은 무채색, 그것도 검은색과 회색 같은 어둡고 낮은 색깔이 주로 쓰였다. 덕분에 모든 그림은 아래로 내려앉은 듯 균형 잡히고 안정적이다. 세로 길이만 2m 60㎝에 이르는 ‘검은 모래’(Schwarzer Sand) 작품은 푸른 하늘이 화면의 80% 가까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시선은 그 위 하늘보다는 그 아래 검은 흙바닥 부분으로 향한다. 면적은 작지만 더 크고 무겁고 깊게 느껴진다.

 

 

▲ ‘검은 모래’. 인물을 작게 처리한 빈 공간을 통해 현대인의 우울함과 공허함을 드러냈다.

▲ 팀 아이텔 화가

 

작가는 “인물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해서 그리는 구상적 기법으로 접근하지만, 그렇다고 작품 전체가 포토리얼리즘은 아니다.”라면서 “좀 더 나만의 색깔을 넣기 위해 풍경은 추상적으로 묘사했다.”고 했다. 구상적 인물을 추상적 배경 속에 던져 넣음으로써, 그러니까 인물을 배경에서 소외시키면서 그 인물은 배경에 고정되기보다 관람객에게 호소력을 발휘한다.

그렇다고 그림 속 인물들 가운데 극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는 이들은 없다. 가로 2m 10㎝의 ‘테이블을 둘러싼 다섯 남자’ 작품에는 제목 그대로 등장인물이 다섯 명이지만, 그 어느 누구도 튀는 동작이나 표정은 선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 튀는 동작·표정 안 보여

 

가로·세로 17.8㎝의 소품 12개를 나란히 세워둔 ‘경기장’(Stadien)도 마찬가지. 육상 트랙 풍경인데 그 어느 곳에서도 육상선수 특유의 말 근육은 보이지 않는다. 관객석의 열띤 응원도 없다. 빈 트랙, 혹은 괴로워하는 듯한 선수의 뒷모습 정도만 있다.

대작은 물론 아주 작은 소품까지도 깊다 못해 그윽한 맛이 있다.

작가는 “현대사회와 소외의 문제에 대해 관객들에게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 움직임과 표정에 제한을 둬서 관람객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정지된 듯하면서 뭔가 슬로모션으로 슬그머니 움직일 것 같은, 묘한 균형감이 있다.

 

▲ ‘점유’.

●정지된 듯 움직일 듯 묘한 균형감 특색

 

10월 24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전에 나온 팀 아이텔(40)의 작품들이다.

아이텔은 뉴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주자로 세계 화단의 눈길을 끌고 있는 독일 작가다. 뉴라이프치히 화파란 1990년대부터 ‘괴테와 바흐의 도시’ 라이프치히에 몰려들어 평면 회화의 부활을 외친 일군의 젊은 작가들이다. 아이텔은 전시에 맞춰 내한했다.

노마디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아이텔의 작품이 삶의 깊은 뿌리와 뿌리의 상실감을 느끼게 해서다. 그의 작품에는 갈 곳이 딱히 없어 보이는 방랑자, 넋 나간 듯한 남자, 지쳐 버린 노동자, 저 골목 너머 슬그머니 사라지려는 노숙자 같은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전시 제목마저 ‘플레이스홀더’다.

“좋아하진 않아요. 미국 뉴욕에 1년 머물렀던 적이 있고, 지금도 주된 작업은 프랑스 파리에서 합니다. 아무리 세계화, 유럽통합 이런 얘길 해도 그런 곳들이 편안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관점이긴 하지만’ 자신의 작품이 노마디즘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작품은 아니라고 했다. “이를테면 케이크를 먹을 때 케이크가 흩어지지 않도록 꽂아 두는 도구 같은 겁니다. 당장 보이지 않는 것이라 해서 넘어갔던 것, 그걸 다시 상기해 보자는 거지요.”

‘누군가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가는 원래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미술은 독일 통일 뒤 라이프치히대학으로 건너가서 시작했다.

 

▲ ‘테이블을 둘러싼 다섯 남자’.

●세상에 ‘어떤 의미’ 던진 문학적 붓터치

아이텔은 “철학은 세계를 해석하는 수동적 행위지만, 그림은 세계에 어떤 의미를 던질 수 있는 능동적 행위라 더 좋았다.”고 했다. 철학이 빠졌으니 남은 건 문학. 결국 문학적 붓질인 셈이다. 멋쩍었는지 “그냥 손으로 뭔가 꾸준히 하는 게 좋다.”며 웃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첫 전시다.

서울신문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팀 아이텔展>동아일보 기사 _ 이 그림, 나를 보는 것 같네
 

독일화가 팀 아이텔 첫 개인전
메시지 전달보다 관객 성찰 유도

 

짙은 색상으로 매끄럽게 색칠한 캔버스에서 현대인의 소외감과 고독이 묻어 나온다.

흐트러진 간이침대, 테이블을 둘러싼 남자들, 잠자는 노숙인 등을 표현한 그림에서 세부 배경은 생략돼 있다.

등장인물은 등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여 표정을 읽기 힘들다.

모호한 상황이지만 언제 어디서 한 번 마주친 듯한 장면 같아 자꾸 기억을 헤집게 된다.

10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는 독일 화가 팀 아이텔(40)의 국내 첫 개인전(‘The Placeholders’)은 회화의 힘을 일깨운다.

우리가 흘려보냈던 현실의 한 장면을 포착한 그의 작품은 시적 정서와 빼어난 테크닉이 결합돼 울림을 남긴다.

인물의 움직임보다 그들이 남긴 흔적이나 분위기에 집중해 개별적인 이야기를 우리의 보편적 상황으로 바꿔놓는다.

아이텔은 ‘구성적 엄격함과 장인적 완벽함’을 중시하는 구상회화로 알려진 뉴라이프치히파에 속하는 대표 작가로 국제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철학과 문학을 공부한 뒤 미술을 전공한 그는 거리를 다니며 사진을 찍은 뒤 여기서 인물과 사물을 조합해 그림을 완성한다.

전시는 200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16점을 선보였다.

모두 소품 아니면 2m 이상 대작.

화가는 “작은 그림은 관객이 더 가까이 다가서면서 친밀감을 느끼고,

큰 작품은 공간 속으로 확장돼 관객이 그림 속 인물과 같은 장소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에 대한 비판적 사유와 섬세한 감성이 균형을 이루는 그의 회화는 보는 이에게 해석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는다.

“특정한 이야기를 전하기보다 관객이 작품을 보고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이다.

동아일보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학고재갤러리와 현대갤러리 사이 도로변 가림막

이제석 광고연구소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