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문화답사

후암동 골목길에 남아있는 일본인 문화주택의 흔적을 찾아서

달처럼 2011. 9. 29. 23:47

 

 
새건축사협의회(이하 새건협)가 주최하는 도시건축답사가 28일(수) 오후 2시 서울역 건너편 게이트타워에서 출발한다.

9월 답사의 주제는 대표적인 일본인 거주지였던 '후암동과 갈월동 일대 골목길'이다.

안내는 새건협 도시건축답사 코디네이터인 안창모 경기대 건축대학원 교수의 설명으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후암동-갈월동 골목길

후암동과 갈월동은 남산의 남서측 자락에 위치한, 조선시대에는 주거지가 형성되지 않았던 곳으로 이른바 성저십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이후에 서울의 대표적인 일본인주거지로 성장하기 시작해 한국인의 방식과는 다른 일식주택과 일본인 문화주택들이 형성된 곳이다.

따라서 9월 도시답사 코스는 1920년대 이후에 형성된 골목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이전의 흔적도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해방전 도시주거라 하면 일반적으로 한옥을 떠올린다. 하지만 일제시대 서울의 대표적인 조선인 주거지가 가회동이었다면, 후암동은 대표적인 일본인의 주거지였다고 할 수 있다.

후암동은 사실 1930년대 식민지 경성을 대표하는 도시 주거지 중 으뜸이었으며,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서울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손꼽히던 곳이었다. 그러나 불과 20여년 사이에 더 이상 과거의 명성을 찾을 수 없는 동네가 되었다.

지난 5월, 1930년대 도시한옥으로 형성된 북촌 골목길 답사에 동행한 이라면 이번 후암동 답사를 통해 일식주택과 문화주택에 의해 형성된 골목은 북촌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새건협 도시답사

2005년부터 시작된 새건협 도시건축답사는 해마다 그 해의 답사 주제를 정해 매월 1회 공개답사 형식으로 지금까지 지속해 왔다.

올해는 '역사도시 서울의 골목길'이란 주제로 지난 3월부터 '피맛길과 종로-조선시대 골목'(3월), '신문로와 통의동 총독부 관사 주거지의 형성과 골목길의 변화'(4월), '북촌 도시한옥의 형성과 골목길'(5월) 등을 테마로 한 상반기 답사를 마쳤다.

이어 하반기에는 9월'후암동-갈월동 골목길 답사'를 시작으로, 해방촌 골목 답사를 통해 '6.25전쟁 이후 갈곳없는 월남인에 의해 형성된 슬럼'을, 청량리 부흥주택과 골목을 통해 '전후 복구기에 정부에서 공급한 공공주택의 골목 형성과 변화양상'을, 강남의 다세대주택의 골목을 통해 '강남 개발로 단독주택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주택유형이 바뀌면서 골목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그리고 종로 인사동 골목길에서는 '조선시대의 골목길과 근현대기의 변화 그리고 골목길의 현대적 진화의 현장'에 대한 탐구가 이어질 계획이다.

안창모 교수는 2011년도 답사 주제로 서울의 골목길을 선택하면서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올해는 역사도시 서울에서 골목이 시대별로 어떻게 형성되어왔는지를 지도와 답사를 통해 살펴본다.

건물보다는 필지가, 필지보다는 골목이 도시를 더 오래동안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사대문 안 발굴을 통해서 속속 들어나고 있다.

청진지구 재개발사업지구의 발굴작업에서 3~4켜의 문화층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에서 발견된 골목의 흔적은 지난 몇백년의 시간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건물의 수명이 100년을 채 못간다는 사실에서 보면 골목의 생명력은 놀랍도록 길다.

그러나 이렇게 오랜 시간을 버텨온 골목길이 현재 이 시점에서 대규모 개발을 통해 일순간에 사라지고 있다. 최근 역사도시 화두로 등장한 서울의 보존과 재생은 무분별하게 사라지는 역사도시에 대한 반성에 기초하고 있다.

2011년 새건협 답사는 도시의 기억을 담고 있는 골목길을 답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답사가 땅위의 건축을 통한 역사도시 서울의 이해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2011 새건협 도시건축답사는 건물의 여백을 통한 역사도시에 대한 탐구작업이 될 것이다.

아울러 2010년도 서울의 물길 답사에 이은 골목길 답사는 물리적 실체 밖의 공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함으로써 서울 이해에 대한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건설신문 이오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