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미선이가 왔다

달처럼 2010. 3. 20. 16:48

有朋(유붕)이 自遠方來(자원방래)면 不亦樂乎(불역락호)아.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미선이가 왔다는 소식을 동창회 홈페이지에서 보고 만나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기쁘다.


어제 오후 5시경 생활지도위원회가 소집되어
부리나케 교장실에 가던 길에
태웅 회장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하고 나더니
갑자기
'아참, 너 여기 있었지?'하며
미선이랑 선미 미숙이가 학교에 왔다는 거야.
우리 반 학생 문제로 생활지도위원회가 열려서(이럴 때 담임도 죄인임)
드나들면 안 되는데
교장실 밖으로 나와 선미에게 어디냐고 전화했지.
양수리라고,
학교에 차를 세워 두고 와서 7시 반 쯤 학교에 다시 들를 거라는 말에,
뜻밖에 미선이를 만나게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기쁘던지.
회의 내내 정신은 콩밭에 가 있었어.
회의는 여섯 시가 조금 넘어 끝나고
그 때부터 책상 정리하고는
마음이 붕 떠서
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교문 앞에 나와 있었던 것
너희 모르지.
혹시 조금 일찍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
조금이라도 더 빨리 얼굴 보고 싶은 생각에.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근시, 원시, 난시를 골고루 갖춰 만사가 희미한 시력이지만
멀리서 실루엣만으로도 미선이를 알아보겠더구나.
요즘 말로
이기적인 몸매,
명품 몸매에
살짝 부러움도 생기고,
우아한 미소, 부드러운 말씨에
참 잘 살아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려 31년 만이던가?

그대로 헤어질 수는 없어

미선이 어머니 사시는 종암동 노블레스타워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지.

가는 길에 위생병원 앞에서 복란이 남편 권 장로 만나는 데도 함께 하고

얘기 도중 수미 안부를 묻기에 바로 수미에게 전화해서

퇴근 길에 종암동으로 곧장 오라고 했었지.

노브레스타워는 지하에 널찍하게 게스트룸이 있어서

느긋하게 회포 풀기에는 아주 좋더라.


밤 열한 시가 지났어도
듣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너무 많은데
발길을 돌리자니 아쉽기만 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미숙이가 잠자리 바뀌면 못 잔다고...)

얼굴만 봐도 좋은 친구 미선아,
종종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어제 기분이 더 흐뭇했던 것은
미선이는 물론 승란이 미숙이 모두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해.
모두들 반갑고 고마웠어.

 

2009.07.17 문선리

 

 

저물 무렵 교정에서

 

 

퇴근하려다 전화 받고 바로 종암동으로 온 수미

 

 

미선 어머니와 함께

 

 

지칠 줄 모르는 우리들의 이야기 

 

 

오랜만에 귀국한 미선이가 모교를 찾아 교목실 방문

 

 미선이와 함께 양수리 세미원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