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居
李仁老
春 去 花 猶 在(춘거화유재)하고,
天 晴 谷 自 陰(천청곡자음)이라.
杜 鵑 啼 白 晝(두견제백주)하니,
始 覺 卜 居 深(시각복거심)이라.
봄은 갔으나 꽃은 오히려 피어 있고,
날이 개었는데 골짜기는 저절로 그늘지도다.
두견새가 대낮에 울음을 우니,
비로소 사는 곳이 산 속 깊음을 알겠도다.
지난 주말엔 경북 청도 지방을 여행하며 운문댐 주변을 휘감은 벚꽃과
눈길 가는 곳마다 매화꽃, 배꽃, 복숭아꽃이 온통 꽃대궐을 이룬 봄을 만나고 왔는데,
이번 주초부터는 꽃샘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4월 날씨가 영하인 것이 40 여 년 만이라던가.
산 중턱에 자리잡은 우리 교정의 벚꽃은 막 피어나려다가 주춤한다.
봄이 유난히 머뭇거린다 싶어 이인로의 漢詩가 떠올라 적어본다.
그윽한 산 속에 묻혀 살기에 봄이 갔어도 아직 봄이 남아 있고,
봄밤에 운다는 두견이 낮에도 밤인 줄 알고 울만큼
그늘이 깊은 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은일 선비의 삶이 엿보이는 시이다. 봄이 자신을 내보이기를 주저하거나 좀 천천히 봄을 만나면 될 일이다.
마음에 커튼이 드리워져 있어 봄꽃을 만나지 못하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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