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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5분간 --- 詩/나희덕

달처럼 2010. 4. 26. 15:19

5분간

 

詩/나희덕

 

 

이 꽃그늘 아래서

내 일생이 다 지나갈 것 같다.

기다리면서 서성거리면서

아니, 이미 다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기다리는 오분간

아카시아꽃 하얗게 흩날리는

이 그늘 아래서

어느새 나는 머리 희끗한 노파가 되고,

버스가 저 모퉁이를 돌아서

내 앞에 멈추면

여섯 살박이가 뛰어서 안기는게 아니라

훤칠한 청년하나

내게로 걸어 올 것만 같다.

내가 늙은 만큼 그는 젊어서

우리는 서로의

삶을 맞바꾼듯 마주보겠지.

기다림 하나로도 깜박 지나버린 生,

내가 늘 기다렸던 이 자리에

그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을 때쯤

너무 멀리 나가버린 그의 썰물을 향해

떨어지는 꽃잎,

또는 지나치는 버스를 향해

무어라 중얼거리면서

나는 내 기다림을 완성하겠지.

중얼거리는 동안

꽃잎은 한 무더기 또 진다.

아, 저기 버스가 온다.

나는 훌쩍 날아올라 꽃그늘을 벗어난다.

[출처] 5분간|작성자 별의별

출처 : 꽃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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