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류은선 환영 모임

달처럼 2012. 9. 3. 02:11

 9월 1일 오후 임정렬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얘들아 미국에서 류은선 나왔는데

5일 수요일에 간대

내일 점심 아님 저녁 만나 밥먹자 정렬"

 

어쩌나, 난 내일 시간 내기 어려운데...

 

잠시 후 최명희가 전화를 했다.

정렬이랑 통화해서 전체에게 문자를 보내달라고.

즉시 정렬이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참석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을 알리고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 동기 전원에게 문자를 발송했다.

 

"류은선 환영 모임. 내일 저녁 5시 30분.

휘경동 SDA 킨더레스트.

문의 임정렬 010-6416-****"

 

일요일, 여주에서 지인 내외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는데,

시간을 보니 잘 하면 은선이 얼굴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휴일 저녁의 영동고속도로는 늘상 그렇듯 많이 막혔지만

쉬지 않고 달려 남양주나들목을 빠져 나오니 5시 30분.

바로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휘경동으로 향했다.

정렬이에게 전화했더니 바로 식당으로 오란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일단 곤드레밥을 주문하고

아직 식탁에 남아 있는 메밀 전병이며, 찐만두며, 메밀전을 먹었다.

곧 식사가 나오고 연이어 메밀전이며 군만두가 추가로 나온다.

그새 정렬이가 나가서 추가 주문한 모양이다.

역시 확실한 친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렬이 남편이 식사비를 미리 지불하고 가셨단다. 이런 고마운 일도... )

 

 

금강산도 식후경.

밥을 다 먹고 난 후에야 인증샷을 찍을 생각을 한다.

그래서 식탁이 어수선하다.

마침 옆 방에서 가족 모임이 있어 겸사 겸사 부산 아지매 경실도 오고,

정렬, 은선, 승란, 은희가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한다.

은희의 자세에는 배경을 정리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었지.

안 보여. 하나도 안 보여.

 

 

맞은편에는 현숙, 희숙, 경자, 명희, 그리고 내가 앉았지.

현숙아, 너 눈 감았을 때 찍어서 미안타.

 

 

식사 후 다시 정렬이가 원감선생님으로 있는 킨더레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내일 홍콩에 간다는 경실과 아들 결혼 앞두고 바쁜 승란이만 먼저 자리를 뜨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운다.

국내외 친구들 안부, 혼기가 찬 자녀들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 *쥬서기, * * 안마기 등 건강 관리를 위한 제품이야기에 솔깃해진다.

이쯤에서 대화의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지.

"애들아, 우리 중에 고등학교 다닐 때 기숙사에 있었던 사람?

그 낡은 기숙사 건물을 아직도 사용한단다."

이야기는 즉시 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마다 난로가 있던 풍경,

지하수를 쓰던 시절이라 봄이면 물이 부족해서 고생했던 이야기,

은선이는 아버지께 받은 용돈을 재래식 화장실에 빠뜨려 안타까웠던 일을 추억한다.

은선이는 취침 시간이면 칼 같이 잠을 자고도 성적이 좋았지.

잠이 많아 밤에는 푹 자는 대신 낮에는 죽기 살기로 공부한다고 했었어.

고려대에 합격하고도 삼육대에 다닌 이유를

부모님의 강권이거나 학비지원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고.

고려대에 원서를 넣은 것은 친구 성옥이를 따라 한 것이고,

합격하고 부산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기 전

언니를 만나러 위생병원에 들렀다가

어떤 집사님 말씀을 듣고

삼육대학에 대한 일종의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본인이 스스로 선택했노라고.

우리 나이가 그 때 만 열여덟이었다고.

영문학과에서 간호학과로 전과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겪은 고뇌,

미국에서의 간호사 생활,

그 모든 것이 치과의사가 된 지금도 귀중한 자산이라고 이야기한다.

 

 

병원에서 늦게까지 근무하다 내려온 미숙이.

얼마 전 미국 동부에 갔다가 서부에 있는 기순이에게 자기 보러 오라고 전화했다고 해서 폭소를 자아냈다.

"미국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이 안 돼 있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박** 목사님께서 그 사모를 찾는 바람에 자리를 정리해야 했다.

일어서려는데 정렬이가 자기가 학창 시절에 신덕부장이었다며 헤어지기 전에 기도하자고 한다.

학도호국단 연대장이었던 기억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 건 다들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정렬이는 은선이와 우리 친구들을 위해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은총을 간구했다.

모두 손을 모으고 서로를 위하여 아멘으로 화답하는 그 순간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

 

사는 모양은 달라도 이렇게 반갑게 만나 웃고 이야기하며 나이 들어 가는 것이 참 좋다. 그치?

 

 

 


 

[덧붙임 - 총동문회 홈페이지 댓글들]

denver
2012/09/03 09:26:12
Hello Ladies,
So Glad you had a good time and to see my old neighbor/Buddy EunSun.

You all look good.
Have a wonderful rest of the year .

Young and SuunSun Lim Denver
남철
2012/09/03 13:40:52
모두 반갑네. 오랜만에 보는 얼굴도 있고...
매화
2012/09/03 23:00:27
역시 문기자 사진은 없구 ㅎㅎ
선리가 바쁜 틈을 쪼개서 또 역할 충분히 해줬구나~~`

은희만 빼고 죄다 바지네~? ㅎㅎ
모두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오늘 은희가 은선이 뫼시구 울카페에 오기로 했다가
은선 급 두통 땜에 무산 됐다구...
월매나 월매나 아쉽던지.....................ㅠ

은선아
주말엔 내가 꼼짝 못해서 보구잡아도 못갔단다.
미안허다~~~~~~~~~

너 달띵이 왔을 때 보다 친구들 쬐끔 모일까봐
음청 긴장했다며~?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012/09/04 07:10:50
ㅋㅋㅋㅋ
모두 해피한 모습이넹~
케리가 안보인다~
아침 저녁 선선하고 좋은 날씨다!!!
천고마비에 계절 마이 묵고 무거워져라!!!
2012/09/05 19:24:09
반가운 얼굴보니 좋네..
나두 가고싶었는데.... 미안허이!
진주가 천 리인지라 왜 이리 서울이 먼지...
미국보다 먼거 같다.ㅋ
건강한 얼굴들 보니 참 좋구나.. 오래오래 살자..ㅎㅎ
문선리
2012/09/10 18:55:26

은선이가 출국하는 날 전화했어.

헤어지면서 은선이가 내 증세를 묻기에

은희가 최근에 희망적인 치료법이 소개된 논문을 읽었다며

은선이에게 돌아가거든 알아보라고 했거든.

치료는 어디서 어떻게 받고 있냐고 세세히 묻고 조언하더라.
섬세한 마음씨가 그대로 전해지는 거야.
은선아, 행복하게 지내.
내년 봄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