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가을 동화 1. 문경새재 3관문에서 2관문까지

달처럼 2012. 9. 27. 21:30

 

문경새재로 가을 소풍지가 결정된 후, 원하는 사람은 답사에 참여하라는 공지가 카페에 떴다.

임원진만 다녀오겠거니 했더니, 사전 조율도 없이 총무가 내 게시글에 답사에 같이 가자는 댓글을 달았다.

어이쿠, 어쩌나?

내 소신은 그렇다. 웬만하면 남의 말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것.

얼른 댓글을 덧붙인다.

'불러 줄 때 가야지.'

9월 15일. 8시에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성묘 차량이 몰려 도로 정체가 심해 11분 걸린다는 길을 40분 걸려 도착했다. 또 지각이다. 미안미안

한 총무가 운전대를 잡고, 여성 4명이 동승했다. 영숙, 기숙, 현희, 그리고 나

동행하기로 했던 이 회장과 총동문회 이사 순일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빠졌단다.

졸지에 청일점이 되어 버린 한 총무.

중부고속도로가 많이 막혀 조령산 자연휴양림 옆을 지나 제3관문에 도착했을 때는 11시 50분이 지나고 있었다.

제3관문 입구는 토목 공사가 한창이다. 다음에 올 때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겠지.

부지런히 제3관문인 조령관을 통과한다.

 

 

충북 괴산군에서 경북 문경시로 넘어간다. 한양과 영남을 오가던 길목이다.

 

 

 

남측 현판에 '영남 제3관문'이라 적혀 있다.

3관문에서 1관문까지는 총 6.5km 내리막길이다.

일부 구간만 옛길을 남겨 두고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단장을 했다.

 

조선 태종 14년 (1414)에 개통된 이 길은 영남과 기호 지방을 잇는 영남대로의 중심으로,

사회, 경제, 문화 등 문물이 교류하는 장소이자 국방상 요충지였다.

 

 

여기까지 길을 인도한 한 총무가 홀로 옛길로 접어든다.

차를 돌려 1관문에 주차해 놓으려고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방향만 일러주고 가도 되련만 일부러 한참을 걸어와서 돌아간다.

뒷모습이 선비 같다. 부디 청운의 뜻을 이루소서.

 

문경 새재 옛길은 영남의 선비가 과거 보러 한양 가던 길이다.

당시 한양에서 동래에 이르는 길에는 추풍령, 문경 새재, 죽령의 세 고개가 있었다.

이 중에서 문경 새재가 열나흘 길로 가장 빨랐다. 추풍령은 보름, 죽령은 열엿새가 걸렸다.

하루 이틀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과거 보러 가는 선비들은 유독 문경 새재를 고집했다.

이는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 낙엽처럼 떨어지고, 죽령은 대나무처럼 쭉 미끄러지는 것이 연상되어

과거 보는 선비들은 이 두 곳을 피하고 聞慶, 즉 '경사스러운 소식을 듣는다'라는 뜻을 지닌

문견 새재를 통해 과거 보러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낙동강 발원지 중의 한 곳인 문경 초점을 알려 주는 표지석이 옛길에 있다.

  

 

 

 

 

 

소나무마다 밑둥에 깊은 상흔은 지니고 서 있다.

송진 채취 흔적.

상처 없는 생이 얼마나 있으랴.

진액을 다 내어 주고도 이렇듯 정정한 나무에게 한 수 배운다.

 

 

새재(鳥嶺).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그 이름에 비해 새재옛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길을 따라 흐르는 계곡 물은 맑기가 그지 없다.

깊은 산 청정수라 하여도 바닥에 약간의 퇴적물은 있기 마련인데,

맑은 모래와 더러 이끼앉은 바위만 보일 뿐이다.

방금 청소를 마친 수조 같다.

 

 

이런 물을 두고 그냥 걷는 것은 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물에 손이라도 담그고 가자.

 

 

 

계곡물소리가 여자들의 수다를 실어 간다.

 

 

 

나무와 나무 사이가 엇갈려 맞물리게 만든 귀틀집.

 

언젠가 TV에서 본, 낙향하여 손수 황토집을 짓고 사는 그 사내 멋져 보였어.

아내 생일 선물로 톱질과 대패질 몇 번 쓱싹쓱싹

근사한 통나무 탁자를 만들어 창 앞에 놓아 주더군.

거기서 책도 읽고 창 밖 풍경도 바라보라고. 부러워~.

 

 

 

다음 달이면 이 길에 단풍이 붉게 타오르겠지?

 

 

 

 

훗날 이 길을 지나가거든 사랑하는 이와 꼭 들어가 보시게.

 

 

문경새재 아리랑

 

문경새재에는 물박달나무가 흔하다.

그 나무로 만든 홍두깨는

여인들의 고된 노동에 반려가 되었다.

 

 

계곡물이 암반 위로 흐른다.

 

 

암반에서 암반으로 떨어지는 순백의 물보라

 

 

새재길에는 '시가 있는 옛길' 구간이 있다.

길가에 있는 시 한 수를 일별한다.

퇴계 이황이 쓴 한시 '鳥嶺途中'이다.

고향 말씨를 쓰는 낯선 이에게서 반가움을 느끼는 대학자의 정서가 진솔하다.

벌써 제1관문 주차장에 도착한 한 총무가 어디쯤 오고 있냐고 마이피플 메시지를 보낸다.

시가 있는 옛길 구간은 지나치자.

 

 

숲 속에 雪花처럼 아름다운 흰 꽃이 한창이다.

네 이름이 뭐니?

궁금해서 가을 야생화를 뒤진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눈빛승마'.

학명은 Cimicifuga dahurica.

 

 

석성과 노송.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스마트폰으로 우리의 현재 위치를 보내며 제2관문에 다다른다.

 

 

드라마 촬영 소품

이 일대는 실제로 임진왜란 때의 신립(申砬) 장군, 동학(東學) 때의 의병(義兵)의 역사가 서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