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벗과 함께

손숙의 어머니

달처럼 2013. 2. 14. 07:35

  

 

 

 

줄거리

1 막
1장 - 어머니가 꿈 속에서 죽은 지아비 돌이를 만난다.

2장 - 잔소리꾼인 어머니와 아들 며느리의 갈등, 손자에게는 다정다감한 할머니

3장 - 어머니는 드라마 작가인 아들에게 과거 영화에 나오는 연애담을 자기 것인양 이야기하고,  늘상 늘어놓던 죽은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아들과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 한다.

4장 - 어머니의 과거 이야기는 신주단지를 꺼내오면서 본격화 되고, 일순이는 첫사랑 양산복이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가난한 돌이(죽은남편)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2 막
5장 - 일순이라는 어머니의 본명 대신 남편이 한자로 斗伊(두리)라 지어주고, 순천 기생이었던 시어머니와의 생활이 시작된다.

6장 - 일제시대와 6?25를 겪으면서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지만 아들은 학질로 죽고, 어머니는 그 아들이 양산복의 아들이었음을 고백하면서 오열한다.

3 막
7장 - 어둠속에서 망자(죽은 아들)을 불러내는 구음과 무당의 초망자굿이 전개된다.

8장 - 어머니는 손녀에게 자기 이름(황일순) 석자를 배우고, 죽은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가면서 유리창에 손녀에게 배운 자기 이름 '황일순' 석 자를 쓴다.

출연

  • 손숙어머니역 손숙     하용부돌이역 하용부   김미숙시어머니역 김미숙  김철영아들역 김철영
  • 박정무양산복역 박정무 조영근양산복역 조영근 손청강며느리역 손청강     김해선어머니의 어린 시절역 김해선

 

연극인 손숙의 연기 인생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어머니'가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기에 서둘러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띄웠다. 지난 달에 같이 연극을 보았던 친구들로부터 즉시 오케이 회신이 왔다. 서로 시간 맞추기가 용이한 수요일 낮 공연 vip 석 중에서도 제일 좋은 좌석을 예매해 두고 기다렸다.

 

극의 뼈대는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경상도 밀양이 고향인 어머니는 카랑카랑한 경상도 억양으로 손자에게 틈 날 때마다 고향의 옛날 이야기를 되풀이하여 들려 준다. 손자가 할머니와 장단 맞춰 이야기를 줄줄 외울 정도이다. 어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듣거나 말거나 쉴 새 없이 잔소리를 하거나 옛날 이야기를 한다.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요리와 바느질이나 익히라는 아버지의 호통에 까막눈이 됐다. 젊은 날의 첫사랑 양산복을 뒤로 하고 논 서 마지기에 팔려가듯 허풍쟁이 건달 돌이에게 시집을 갔다. 시어머니의 시집살이, 남편의 바람기에 설움을 겪다 한국전쟁 통에 큰아들까지 잃고 만다. 어머니는 임종이 가까워서야 살풀이 굿을 통해 마지막까지 꼭꼭 숨겨뒀던 큰아들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고 오열한다. 그제서야 홀가분하게 이 세상을 떠난다. 손녀에게 배운 한글로 '황일순' 이름 석자를 꼭꼭 눌러쓰고.

이 땅의 어머니는 혼돈의 시대에 가장이 사라진 집을 지켜왔으며, 모진 현실 속에 치열하게 살며 더욱 단단해졌다. 어머니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어려서는 부모에게, 시집가서는 남편에게, 늙어서는 지식에게 끊임 없이 순종과 희생과 인내를 강요 받았다. 여자이기 이전에 딸, 아내, 어머니로 살아오는 동안 자기 이름을 못 알아 듣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한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온 가슴 시린 사랑이 있었고, 한이 쌓였고, '살(비극)'이 된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혹은 여자의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뜻한다지.

우리들의 어머니도 화양연화가 있었을 것이다. 비록 스치듯 지나간 시절일지라도, 세상에서 봉인된 사랑일지라도...

공연장을 나서며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히 받아들였던 자신을 돌아보았다.

팔순을 넘기시고도 여전히 자식을 향한 무한한 사랑의 샘을 길어올리시는 나의 어머니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