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내셔널트러스트

문래동 - 철공소 거리에 녹아든 예술 (서울로 떠나는 휴가 #1-1)

달처럼 2013. 8. 4. 01:55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주관 '나의 사랑 문화 유산' 응모 인증샷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번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문래동은 한때 산업의 중심지였다. 일제 강점기에 방직공장이 들어서면서부터 현재의 모습이 형성되었다. 1960년대 초반부터는 경인로를 중심으로 문래동과 영등포동 일대에 영세 철재상 밀집 지역이 되었다. 영등포 일대가 준공업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계 금속업 공장과 철강 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중반부터 철재 공장들이 늘어났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청계천에 있던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문래동으로 이전하기 시작하면서 그 수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문래동에는 새벽부터 철재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골목에 줄지어 늘어서고, 아침 7시가 되면 대부분의 철공소가 문을 열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철을 자르고, 갈고, 구부리고, 광 내고, 두드리는 소리가 문래동 골목을 가득 채운다.

 

예술가들 둥지를 틀다

문래동은 서울의 대표적 금속공업지역이었으나 서울의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곳곳에 빈 공간이 생겨났다. 이 곳이 저렴한 작업실을 찾던 예술인들의 눈에 띄게 되었다. 약 10년 전인 2000년대 중반부터 홍대, 대학로 주변의 임대료 상승으로 옮길 곳을 찾던 몇몇 예술가들이 여기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2007년 경계없는 예술센터의 '경계없는 예술 축제'와 온앤오프 무용단의 '문래아트페스티벌'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작업실이 더욱 늘어나 2013년 현재 회화, 설치, 조각,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250 여 명이 100 여 개의 작업실에 입주하였다. 이제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철공소의 장인 정신과 예술가의 창조 정신이 공존하는 예술공단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곳으로 예술가들이 모여 든 이유는 상업적인 공간에 비해 임대료가 싸기도 하지만, 작품 제작 환경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창작에 대한 자극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공소 거리의 빈 사무실에 입주한 예술가들은 기존의 철공소 주민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철공소 문짝에 공장 사람들의 삶을 담은 그림을 그려넣기 시작했고,  골목 담벼락에 작품성이 있는 그림을 간간이 그려 넣었다. 미로 같은 골목을 걷다보면 철공 작업을 하다 남은 부스러기로 만든 사람 형상의 조형물을 만나기도 한다. 문래동에 깃든 예술가들이 주축이 되어 참여한 '아트페스타 헬로우 문래' 는 서울시에서 공모한 '2013년 자치단체 특성화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문래 철강공단의 규모

문래 철강 공단은 문래동 1가에서 4가에 이르는 약 9만 평 넓이의 터에 600개 이상의 철재 상회와 작은 금속 가공업체들이 즐비하게 들어찼다. 그 사이사이에 함바집이라 불리는 식당과 구멍 가게,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그물망처럼 퍼져 있다. 종류도 다양하여 미술 작업실, 소공연장, 공연 연습실, 전시 공간, 사회적 기업 사무실, 목공소, 카페 등의 간판이 OO철강, OO 철재, OO 금속 등의 위 아래로 나란히 걸려 있는 이색적인 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문래 커뮤니티

2007년 예술가들이 모여들면서 '문래예술공단'이라는 월례반상회 모임이 시작되었다. 반가운 수다와 더불어 전시나 공연 소식 등 유익한 정보도  서로 교환하게 되었다. 서로를 잘 알게 되면서 마을 축제나 오픈 스튜디오 같은 행사를 개최할 정도로 관계가 발전했다. 이리하여 문래동에는 아트 복덕방 역할을 하는 공간이 생겨나고 이 공간에서 전시나 콘서트, 세미나 등이 열린다. 대표적인 예가 문래동 4가 7-1번지 지하에 있는 대안 공간 정다방 프로젝트이다. 최근에는 예술가들이 '문래 동네'나 '예마네 소식지' 등 마을 소식지를 발간하고, 지역 아동센터나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도 적극적으로 만나고 있다. 한편 공공미술 벽화 그리기를 통해 철공소 노동자들과 소통한다.

'예술과 도시 사회 연구소'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 옥상에는 도시텃밭이 있다. 나무 상자와 주머니에 흙을 담아 주민과 예술가들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각종 쌈채소와 여러 가지 허브와 과일을 키워낸다. 함께 키우고 아무나 먹는단다. 도시텃밭은 마을 주민이 모이는 또 하나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문래철강공단의 미래

문래동은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과 지역 내 네트워크 약화로 작품활동과 프로그램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몇 년 전 도시계획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준공업지역인 문래동 철공소 지역도 아파트 개발 바람을 타고 있다. 과연 문래동이 도시 개발을 위해 없어져야 할 낙후지역으로만 인식되어야 할까?

 

도시 균형 발전을 위해 개발 계획이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철공소 거리라는 역사성과 철공소 노동자들과 문화 예술인들이 상생 공존하는 특수한 환경은 지켜나가야 할 가치가 있다. 색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예술 마을이라는 점이다. 새 건물이 주는 깨끗함이 아니라 자유롭고 느슨함이 매력이 될 수 있다. 부족한 부분은 노력을 더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고, 작품에 말 걸기 쉽게 하는 공간이다.


뉴욕의 소호 거리는 허름한 공장 지대가 예술의 거리로 바뀐 곳이다. 중국 현대미술의 상징인 베이징 따산쯔 798 예술특구도 버려진 공장지대에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서면서 오늘날 미술 중심가로 발전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자를란트 연방의 클링엔휴테는 1994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독일 중서부 지역 철강 산업단지가 세계문화유적지가 되었고, 이 곳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폐철공소나 공장터를 작업실로 재활용하여 창작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환경이 현재의 문래동과 유사하며, 생태환경, 예술융합이라는 작업 주제와도 접점을 가진다. 현재 이 두 지역의 예술가들은 '브뤼켄[Brücken, 다리]'이라는 프로젝트로 다양한 작업을 모색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 예술과 산업, 도시와 시민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과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지역이 바로 '문래동 철공소 거리'이다.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곧장 150 미터쯤 걸으면 나오는 '문래 창작촌' 안내소

 

좁다란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공공미술 작품이 벽화가 간간이 그려져 있다.

이 그림 제목은 '문래동 수호신'

 

문래동 벽화 중 제법 유명세를 탄 '환상의 조형'

 

휴가철이라 굳게 닫힌 셔터, '대나무와 난'이 골목을 지킨다.

 

간결해서 더 돋보이는 지우개 그림

문래동 사람들을 그린 걸까?

 

살다보면 억울한 일도 있고,

 덜 아까운 일도 있다.

 

'지우개 그림' 혹은 '먼지새김'

벽의 때를 지워서 흔적을 남기는 기법

문래동의 오래 축적된 철먼지와 때는 지우개 그림의 훌륭한 재료이다.

지우개 그림은 청소와 수압기를 이용해 오염된 때나 먼지를 벗겨 내어 문구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말하며,

문래동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작품 전시 기간 2012. 09. 10 - 사라질 때까지

 

철강제품을 만들고 남은 철재 부스러기로 제작한 조형물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래동 58번지 좁은 골목에

문래동에 둥지를 튼 예술가들이 그림을 입혔다.

 

'빨간 모자 소녀' 맞은 편에는 부엉이 그림도 있었지.

 

철공소 양철문에 그려 놓은 철강 노동자들의 삶

 

 

한국내셔널 트러스트 답사

서울로 떠나는 휴가, 문래동편 참가자들

 

여기도 지우개 그림이...

 

철재 공장 간판과 예술마을 네트워크 간판이 공존하는 마을

 

간이슈퍼 셔터에 익살스런 그림이

 

 

 

이 그림이 그려진 새한철강 2,3층에는 젊은 회화 그룹의 공동작업실이 있다.

 

 

새한철강 계단에서 만나 글씨

MADE IN DREAM

의미가 와 닿는다.

 

새한철강 옥상에 있는 설치 미술

독일 작가의 작품으로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만든 로봇.

마땅히 설치할 곳이 없어서 여기에...

 

새한철강 옥상에 '아이유' 벽화

그 앞의 철제 구조물도 설치미술.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본 옥상 벽화들

 

문래동에서는 철재도 피사체가 된다.

 

 

함바집이라 불리는 식당에는 '꽃과 식당 아주머니' 사진 벽화

켜켜이 쌓은 쟁반을 이고 밥을 나르는 아주머니에게서 꽃보다 값진 에너지를 본다.

 

 

그대여, 누구 가슴에 대못을 박았는가?

 

소변 금지

익숙한 짓도 이쯤하면 찔끔

 

이 건물 옥상 도시 텃밭은 주민과 예술가가 상생하는 공간이다.

 

 

오팔하우스

이 일대 지번이 문래동 58번지

 

안 먹고 지나친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는 팥빙수

이 골목은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다가

국밥도 팔고 팥빙수도 파는

이 음식점이 생긴 이후로 깔끔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사람 하나 바뀌니 골목이 바뀐다.

 

무더운 여름, 철재 공단에서 사람 냄새나는 예술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도시화의 방향성을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