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말해수욕장 서쪽 기슭에서 서섬 트레킹을 시작한다.
숲으로 올라가려면 어느 기업에서 설치한 철조망을 지나야 한다.
CJ 그룹 계열사가 굴업도 땅의 98.5% 이상을 사들여 이 섬에 골프장과 대형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개발 바람에 특이한 지형과 천연기념물의 보고인 굴업도가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나섰다.
2011년 조직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에는 건축가, 연출가, 미술평론가, 화가, 무용가 등이 두루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굴업도를 문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재능 기부로 공연과 전시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숲 초입의 해송 지대를 지났다.
해송 아래 해변에 닿을 듯이 떠 있는 섬이 토끼섬이다.
천연기념물인 매가 서식한다고 한다.
굴업도는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이다.
초지가 많으니 곤충이 많고, 곤충이 많으니 새가 많고,
새가 많으니 새를 잡아먹고 사는 천연기념물인 매가 서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굴업도를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부른다.
굴업도에서 바다가 갈라져 뭍이 드러나는 작은 모세의 기적이 있다.
서섬 뗏뿌르의 끝에서 토끼섬까지 100여 미터 구간은 평소 물로 넘쳐 파도가 높지만
사리 때는 오래, 조금 때는 그야말로 잠깐 바닷길이 열린다고 한다.
숲의 초입부터 수크령이 언덕을 뒤덮고 있다.
얼마 전 어느 여행 클럽에서 온 이메일에서
'수크렁꽃 피는 가을 굴업도, 느다시 언덕에서'라는 제목을 보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 공지 내용을 읽어 내려간 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수크령을 바라보며 그 막연했던 설렘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굴업도의 메뚜기는 상당히 크다. 어른 검지 손가락만한 메뚜기가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길 한복판에서 메뚜기가 산란하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다가가서 사진을 찍어도 꿈쩍 않는다.
백아도 방향으로 바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세 개의 돌기둥은 오누이의 애틋한 전설 어린 '선단여'이다.
옛날 굴업도 남쪽 백아도에 늙은 부부와 남매가 살고 있었다.
부모가 갑자기 세상을 뜨자 외딴섬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마귀할멈이 여동생을 납치한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오빠는 배낚시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이름 모를 섬에 흘러 들어가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여인은 십여 년 전 헤어졌던 여동생이었다.
이 기구한 운명을 안타깝게 여긴 하늘은 선녀를 내려보내 그간의 사정을 알려준다.
그러나 이들이 헤어지느니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고집을 부리자 노한 하늘은 오빠와 동생, 마귀할멈에게 번개를 내리쳐 목숨을 앗아간다.
그 후 이곳에는 3개의 바위섬이 솟아올랐고, 이를 애통해 하던 선녀가 붉은 눈물을 흘리며 승천했다고 한다.
이 전설에 따라 '선단(仙丹)여'라는 이름이 붙었다.
국어사전에는 '여'를 물 속에 잠겨 있는 보이지 않는 바위라고 풀이한다.
수크령은 강아지풀을 뻥 튀겨 놓은 모양이다.
도시에서는 흔하지 않으니 친구들이 이름을 듣고도 잘 기억하지 못해 저기만큼 가서 또다시 묻는다.
우리가 적절한 시기를 맞춰 섬을 찾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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