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나는 흰나리 꽃 향내 맡으며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청라언덕과 같은 내 맘에 백합 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피어 날 적에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더운 백사장에 밀려 들오는 저녁 조수 위에 흰 새 뛸 적에
나는 멀리 산천 바라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저녁 조수와 같은 내 맘에 흰 새 같은 내 동무야
내가 네게서 떠돌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소리 없이 오는 눈발사이로 밤의 장안에서 가등 빛날 때
나는 높이 성궁 쳐다보면서 너를 위해 노래 노래 부른다.
밤의 장안과 같은 내 맘에 가등같은 내 동무야
네가 내게서 빛날 때에는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 '동무생각'
대구에 개신교 성지 같은 언덕이 있다. 동산(東山)이다.
달성공원에 있는 토성에서 보면 동쪽에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 미국 선교사들은 달성 서씨의 문중 땅이었던 이 산을 매입하여
선교사들이 살 집을 짓고 주변에 학교를 짓고 병원을 세웠다.
이 학교가 대구 최초의 여학교인 신명학교이다. 병원은 동산병원이다. 지명 그대로다.
지금도 언덕 위에는 아름답고 고색창연한 이국적인 주택이 줄지어 앉아 있다.
당시 미국 선교사들이 살았던 주택이 지금은 교육, 역사, 의료 박물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산의 작은 공원은 청라언덕이라 부른다.
청라언덕은 푸를 청(靑) 담쟁이 라(蘿)의 한자음에서 따왔는데
‘담쟁이덩굴이 많은 언덕’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선교사 주택과 담이 담쟁이덩굴로 뒤덮여 있어서 붙인 이름이리라.
이곳에 작곡가 박태준의 가곡 ‘동무 생각’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대구 동산동에서 태어난 박태준(朴泰俊1901~1986)은
대구 계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제일교회의 오르간 연주자가 된다.
평양숭실전문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1921~1923년 마산 창신학교에서 교편을 잡기도 한다.
이 무렵 그는 이 학교 설립자의 아들인 노산 이은상을 만난다.
어느 날 박태준은 대구 계성학교에 다닐 무렵 짝사랑하던 한 여학생 이야기를 이은상에게 털어놓는다.
노산은 “노래 가사를 써 줄 테니 곡을 붙여보겠소?” 하고 시를 써서 박태준에게 건네준다.
이것이 가곡 ‘동무 생각’이다.
이 시는 4연의 시이다.
1연은 대구 동산(청라언덕)의 봄이 무대이다.
2연은 노산의 고향 마산의 가포해변의 여름이 배경이다.
3연은 동산의 가을 분위기다.
4연은 서울의 겨울로 짐작된다.
가곡에는 4연이 3절로 불려지고 있다.
대구제일교회에서 신앙의 싹이 자란 박태준은 지금도 많이 부르는
찬송가 493장<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얻은 몸>을 작곡했다.
대구 동산(東山) 청라언덕에 세워진 '동무 생각' 노래비
청라언덕에 앉아 '동무 생각'을 합창했다.
이 노래에 나오는 청라언덕이 대구 동산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된 후
대구 가는 버스에서도, 식당에서도, 청라언덕에서도 이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다.
(대구 출신으로 이 언덕을 넘어 학교 다니던 회원도 몰랐단다.)
가운데 줄 검은 모자를 쓴 분은 대구문인협회를 대표하여 환영나온 김주곤 박사
그 옆의 밤색 모자 쓴 분은 한글재단 이사장 이상보 박사
청라언덕에 있는 선교사 사택들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는 건물
여름이면 푸른 담쟁이(청라, 靑蘿)가 에워싼다.
선교사 주택 뒤로 신축한 제일교회의 모습이 보인다.
길 건너에 있는 이 교회의 옛 예배당에서 작곡가 박태준, 현제명이 성장했다.
의료 선교 박물관 표지석
사실 이 사진 왼쪽에 보이는 작은 기념비가 세워진 나무가 의미있다.
100년 전 존슨 선교사가 처음 들여온 사과 나무다.
대구가 사과의 고장이 된 내력이다.
존슨이 없었다면 대구가 사과의 명산지가 될 수 있었을까.
지금은 원 가지는 죽고 새 가지가 나와 위태하게 자라고 있다.
선교박물관 앞에서
은혜정원 - 청라 언덕 바로 아래에 있는 선교사 묘역
3 . 1 운동길
청라언덕에서 계산오거리 계산동 성당으로 이르는 가파른 언덕길
90년 전 태극기의 물결로 뒤덮였었다.
예전에 흙길이던 곳, 시멘트 계단은 나중에 만든 것
담장에 대구의 3 . 1 만세 운동 사진이 걸려있다.
(2010.02.24. 문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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