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멋지게 살지게

봄길에 서다 - 무주 잠두길

달처럼 2012. 4. 29. 01:03

꿈속에 본 복사꽃 비바람에 떨어지네

 

4월 18일 자정을 막 지나는 시간, 중간고사 원안을 메일로 보내려고 접속하니 갓 도착한 쪽지가 있었다.

'꿈속에 본 복사꽃이 비바람에 떨어지네.'

제목에 이끌려 클릭했다.

무심재 여행클럽의 긴급 공지였다.
다음 주 목요일 출발 예정이던 잠두리 산벚꽃, 산복숭아꽃 기행을 일요일로 앞당긴다는 내용이다.

이상 고온으로 일찍 개화한데다가 주말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정한 날에 출발하면 꽃이 지고 없을 뿐더러

비내리는 날 안개 속을 걸으면 꿈길을 거니는 몽환적인 느낌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모처럼 일요일 출발이라 앞뒤 살피지 않고 신청했다. 

 

4월 22일. 무주로 향하는 중 앵두나무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잠두리 가시는 군요.

오늘 같은 날은 아마 꿈길을 걷게 될 거예요.

작년 이맘 때의 그 몽환적인 길의 여행이 아쉬워서

카페만 들락거리다 ㅠㅠ

행복한 시간 되시길...'

 

여정은 무주군 잠두리에서 시작했다.

蠶頭.

잠두길은 잠두마을 강 건너에 뚫린 숲길로,

산 위에서 바라본 지세가 누에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얻은 이름이다.

비단처럼 곱고 잔잔한 금강을 끼고 산복사꽃과 산벚꽃 사이로 호젓한 길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산벚나무는 나뭇잎과 꽃이 동시에 나오며 왕벚나무와 달리 꽃이 조밀하게 달리지 않는다.

 

 

금강 물길을 따라 산벚꽃과 복사꽃이 연분홍 띠를 두른 듯 환상적이다.

잠두길은 잠두1교에서 잠두2교까지 약 2km의 강변 옛길로

70년대까지 무주와 금산을 잇던 비포장 국도였으나 잠두교가 놓이면서 차량 통행은 거의 없고 호젓한 길이 되었다.

노폭이 넓고 평탄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그 날 저 벚꽃 길 위에 우리 일행이 풍경을 더했다. 

 

 

인공적인 가위질이 닿지 않은 복사꽃에서 야생의 건강미가 풍긴다.

잠두길 복사꽃은 소위 '개복숭아'라고 하는 산복숭아나무다.

 

 

산벚꽃 한 가지가 강물 쪽으로 드리웠다.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까지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몽환적 분위기를 꿈꾸고 나선 여행인데, 금산에는 비가 그쳤다. 

濃霧에 대한 한가닥의 기대로 길을 재촉했건만 薄霧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비가 그쳤다고 아쉬워 하는 일행들의 반응이라니 . 

 

 

 

 

예향 천리 금강변 '마실길' 약도

 

예향천리 금강변 마실길은 무주의 옛길을 칭하며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 산촌풍광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골길이다.

부남면에서 서면마을까지 총 19㎞.

이중 금강변을 줄곧 따라가는 벼룻길과 잠두길, 학교길은 유독 풍광이 뛰어나 여행객들의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코스는 도소마을→대문바위→부남면소재지→벼룻길→각시바위→상굴암마을→굴암사거리→잠두마을→요대마을→남대천→서면마을 이다.

 

금강 물길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잠두마을 구간을  한 시간에 걸쳐 걷는다.

사진 찍는 이, 자연에 심취하여 그 자체를 만끽하는 이, 나물 캐는 이까지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여행을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