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따라 나선 발길이 금산군 제원면 신안리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릴 때는 우산을 써도 좋고 그냥 맞아도 좋을 만큼의 이슬비가 내렸다.
신안사로 오르는 돌 계단 위 한 그루의 벚나무를 보는 순간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사찰 전각의 잿빛 기와를 배경으로 하늘을 가릴 만큼 커다란 벚나무가 서 있는 비경(秘景)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모두 한 줄로 늘어서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다가,
누군가가 계단에 올라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신안사(身安寺).
신라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이 절에서 수학할 때 산수가 수려하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한데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절이 자리잡은 천태산의 자태가 예사롭지 않은 절경이라지만
벚꽃이 절정을 이룬 이 날은 산을 바라볼 여유가 없었다.
전성기에는 3,000여 명의 승려들이 수행하던 巨刹이었다 하나, 지금은 정갈한 노주인이 돌보는 고향집 같은 소박하고 적막한 절집이다.
법당보다도 극락전 앞에 서있는 벚나무가 유독 눈길을 끈다.
스님들은 절에 피는 벚꽃을 ‘피안앵’(彼岸櫻)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피안앵(彼岸櫻)은 고단한 현실의 강 저쪽에 존재한다는 안락한 고향, 즉 극락을 의미한다.
그래서인지 이 절에는 벚꽃나무 정면에 극락전이 있다.
절과 어울린 벚꽃은 기품이 있다.
꽃 가지 사이로 극락전, 요사채, 7층 석탑을 둘러본다.
꽃 그늘에 서면 세상사 티끌 되어 한 순간에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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