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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엔 못 가더라도 - 유채꽃 핀 구리한강시민공원

달처럼 2012. 5. 19. 21:31

2012년 5월 15일

5교시까지만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일찍 귀가 시킨다기에

발칙한 꿈을 꾸었다.

드라이브 삼아 양평쯤 가서 저녁 먹고 오기로

네 명이 의기투합했다.

 

학생들을 보내고 교사들은 친선체육대회를 한다고 했다.

 일찍 끝날 테지.

3학년 담임은 자습 감독, 나머지는 운동장, 나는 교무실 지킴이를 자처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4시가 지나고 복도에서 웅성스런 소리가 들린다.

 발야구를 하다가

막내 선생님 무릎이 상대팀 선생님 정강이와 부딪히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병원 데려다 줄게. 같이 가자."

병원에서 엑스레이 촬영을 한 후 골절은 아니라고 했다.

피가 많이 고여 있어서 피를 빼고 반깁스를 해 주며

2~3일 경과를 보고 통증이 계속 되며 CT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부상당한 선생님의 부친이 병원으로 온다고 해서 젊은이들에게 맡기고 병원을 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

요즘 유채꽃이 한창이라고 들은 것이 생각나

급하게 차선을 바꿔 구리한강시민공원으로 향했다.

 

유채꽃 축제는 2주 전에 이미 끝났지만

꽃은 계속 피어나고 있었고

인파에 꽃이 파묻히는 축제 기간과 달리

혼자서 호젓하게 산책하기에 그만이었다.

 

혼자 노란 유채꽃 사잇길을 거닐며

멀리 가까이 시선을 던지며 마음껏 노란 물결을 즐겼다.

꽃밭에는 아기를 무등 태우고 유유히 걷는 젊은 아빠의 모습과

자전거를 타고 빠르게 휙~ 지나가는 동호인들의 모습이 간간이 섞인다.

유채 사이로는 가을을 수놓을 코스모스도 자라고 있었다.

 

놀며쉬며 한 바퀴를 돌고 주차장으로 가다가 휴대폰을 꺼냈다.

남편에게서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어제 비가 와서 텃밭에 물 줄 일도 없는데

아직까지 어디에 있냐고 묻기에

퇴근길에 혼자 구리한강시민공원에 나와서

유채꽃 사이를 헤매고 있다고 했다.

혹시 자기가 나올테니 기다리라는 말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온 소리는 빨리 돌아오라. 밥해 놓고 기다리겠다.

'기다리다'라는 동사의 주체와 장소가 바뀐 문장이다.

현실로 돌아오는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이 꽃의 이름은 '팬지'?

아니, '비올라'

꽃말은 '성실한 사랑'

 

그 며칠 후 동아리 학생들과 인창도서관 박완서 자료실에 갔다가

비올라를 보고

꽃말을 들려 주니 한 여학생이 되받는다.

"사랑은 성실할 수가 없어요."

니들도 사랑을 아니?

 

공원 한 쪽에 조성된 화단에서 팬지와 비올라, 매발톱이 화사한 무늬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