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멋지게 살지게

신록의 원시림 트레킹 2. 연가리골 트레킹과 맑은터의 밤

달처럼 2012. 6. 3. 18:44

 

강원도 인제, 진동계곡에는 연가리골이 있다.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鄭鑑錄)'은 난리를 피해 숨어 살기 좋은 곳, 삼재가 들지 않는 땅인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水, 風, 火의 세가지 재난이 들지 않는 곳)'로 강원도 인제의 후미진 일곱 군데를 들어  '3둔(屯) 4가리'를 꼽았다. 모두가 지형 상으로 볼 때 외부에서의 접근이 어려운 병(甁) 모양으로 입구는 좁고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분지를 이루는 형국의 지형지세들이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오지(奧地) 중의 오지인 땅이다. 한때 정감록을 신봉하던 사람들이 전국에서 찾아들어 약초를 캐고 화전을 일구던 은자들의 세상이었다. 
3둔은 강원도 홍천군 내면의 살둔(生屯), 달둔(達屯), 월둔(月屯)을, 4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조경동), 적가리, 연가리, 그리고 홍천군 내면의 명지가리(명개리)를 말한다.
"둔(屯)"은 유심한 골짜기로 이어지는 깊은 곳에 사람 몇이 숨어살 만한 작은 은둔처를 가리키고, "가리(갈이:耕)"는 화전을 일구어 한나절 밭갈이 할만한 곳으로 난세를 피해 터붙이로 살아갈 만한 곳이라는 뜻이다. 사방이 험산으로 둘러싸여 바깥으로 노출이 안되는데다 물이 있고 경작 가능한 땅이 있어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곳, 그러니 온 세상에 난리가 나도 능히 숨어살 수
있는 곳이다. 이곳들은 점봉산, 방태산, 구룡덕봉, 가칠봉, 개인산 등 해발 1천2백∼1천4백m급 고산 자락에 깃들어 원시의 자연미를 고스란히 보존한 채 세속의 접근을 거부하고 그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주민들은 3둔 4가리의 속내가 속세에 알려지는 것을 극구 사양하였다. 그러나 산골 마을 사이로 포장도로가 생겨나면서 3둔 4가리는 피장처가 아니라 이제는 피서를 겸한 트레킹 명소로 변신하고 있다.

자료 출처 : 다음 카페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

 

 

 

진동계곡의 깊은 오지에 있는 한 산장을 찾아 간다. 
계곡 앞의 전망 좋은 경사면에는 누군가가 널찍하게 자리잡고 아담한 집을 지어 자연을 품에 안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

호기심으로 흘끔흘끔 눈길을 주며 계곡을 건너 산길로 접어든다.


 

 

'연가리 맑은 터'

 

개울의 돌다리를 건너고 숲에 가리워진 산길을 오르면 연가리골 '야생화'님(장금옥 씨)의 황토집 '연가리 맑은 터'가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을 만나고,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와 밤하늘의 초롱한 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마당에 피어난 꽃처럼, 그녀 역시 자연을 닮은 모습이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연상케 한다.

 

 

뜰에는 꽃잔디

 

 

붓꽃

 

 

곰취밭 가는 길에는 아이리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산장 앞마당에서 멀리 내려다 보이는 풍경

 

 

방 배정을 받아 짐을 풀고 연가리골 트레킹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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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밭에 감자꽃이 한창이다.

 

 

계곡에서 만난 고광나무

 

 

산수국

 

 

연영초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종일 지친 발을 달래 준다. 물이 차서 오래 버티지 못한다.

 

 

숯불구이로 익힌 고기를 곰취, 미나리, 씀바귀 등 산채로 쌈을 싸서 저녁 식사를 했다.

 처음 먹어보는 곰취 된장국도 꽤 근사했다.

식사 후 거실에 모여 앉았다.

 

 

누군가 자신의 긴 스카프를 테이블 위에 깔았고,

향초 몇 개를 밝혔다.

그렇게 순식간에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

 

 

 

한 회원이 색소폰을 연주하자,

부산에서 공연을 하고 바로 올라 왔다는 회원이 창(唱)을 하고 민요를 부른다.

밤이 깊어도 흥이 남은 회원은 야외로 자리를 옮겨 모닥불을 피우고

다음 날이 염려되는 이들은 휴식에 들어간다.

 

이미 곰배령에 여러 번 다녀왔다는 분에게

이날 걸은 원대리보다 더 험하냐고 묻는다.

훨씬 험하고 힘들다고 답한다.

오늘 걸은 것으로도 방바닥을 디디기가 힘들 정도인데

어떡한담.

지레 겁을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를 두드려 근육을 풀고

자리에 누웠지만 무릎이 욱신거린다.

어둠 속에서 보호대를 찾아 착용하고

밤 사이에 회복이 되기를 바라며

다시 눕는다.

 

 

좀쥐오줌풀인가?

이른 아침 산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수채화 같다.

 

 

 

날이 밝자 부지런한 회원들은 산비탈 밭에 올라가 나물을 뜯는다.

누군가 밀가루를 준비해 왔다고 갓 채취한 산나물로 부침개를 부친다.

따뜻한 부침개 한 점. 쌉쌀한 풍미가 입 안에 감돈다. 별미다. 

 

 

1박 2일간의 길벗

막내가 올해 대학생이 되고서야 비로소 자유인이 되었노라고...

 

연가리 맑은터의 새벽 풍경

 

 

룸메이트 패랭이꽃 님이 찍어준 사진

40년 교직 생활을 끝내고 정년 퇴임한 금년 68세의 패랭이꽃 님.

여고 동창 세 분이서 함께 참가했는데 사진이면 사진, 야생화면 야생화, 모든 면에 고수다.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스카프도 패랭이꽃 님이 매주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내가 '젊은 선생님'이다.' 후훗

 

 

야생 매발톱

원예종처럼 선명한 색상은 아니지만 볼수록 은근하다.

 

 

금낭화

 

 

 

 

 

 

첩첩 산중에서 홀로 산장을 운영하며 수십 명 식사를 제공하는 야생화 님

진동계곡 근처에 들어선 시멘트 공장 때문에 환경 문제를 고민하는 주민 중의 한 사람이다.

 

자, 곰배령을 향하여 떠날 채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