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호 저, 박문사, 2013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통해 삶에 활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이 그리울 땐 여행서를 읽는다. 개성이나 전문성의 발현이라는 이유에서 각 분야 전문가의 여행기를 고루 읽는다.
국립한글박물관 1층 한글누리 서가에서 '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 문화여행'이라는 책을 보자마자 '여행'이라는 콘셉트에, '어원'이라는 전문성이 더해진 제목에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책은 아시아 여러 나라로 우리말의 어원(etymolog)을 찾아 문화 여행을 떠난다. 몽골, 인도, 중국 등지의 언어에서 우리말과의 연관성을 찾아 소개한다.
이 책에 소개된 몽골어와 인도어에서 찾은 어원들의 일부를 옮겨본다.
1231년 몽골의 제1차 침입 후 원나라가 망하는 1368년까지 137년 동안 고려는 몽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몽골에는 '고려양(高麗樣)'이라고 하여 고려 풍속이 유행했고, 고려에는 '몽고풍(蒙古風)'이라고 하여 몽골 문물이 유입되면서 언어의 차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고려 여인이 몽골로 많이 가면서 '인두', '깁' 따위의 언어가 몽골로 들어갔고, 고려에 들어온 몽골어는 말 이름, 매 이름, 관직 이름, 군대 용어, 음식 이름, 의복 이름 등에 많다. 특히 제주도에는 땅 이름까지 몽골어가 남아 있다. 물 긷는 '허벅'도 몽골어 ‘허버’에서 왔고, 산을 가리키는 '오름'도 몽골어이다. 사라오름은 달 뜨는 산이고, 어승생은 물 좋은 곳이다. 드라마 '대장금'에는 수라, 수라상, 수라간, 수라상궁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수라'는 음식을 뜻하는 몽골어 '슐라'가 고려에 들어와 왕에게 올리는 진지를 지칭하는 말이 되었다. 해동청이라고도 불리는 송골매는 몽골어 '숑홀(songhol)’을 차용한 말이다.
‘아수라’는 산스크리트어 ‘아수르(asur)’를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아수라는 본래 육도 팔부중(八部衆)의 하나로서 고대 인도신화에 나오는 선신이었는데 후에 하늘과 싸우면서 악신이 되었다고 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아수라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 ‘건달’이라는 말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 ‘간다르바’에서 유래했다. ‘간다르바’는 불교에서 팔부중의 하나로 음악을 다스리는 신으로 떠돌아다니며 향을 먹고 노래와 춤을 추는 신이다. 이 간다르바를 한자로 전사한 것이 ‘건달파’가 되었고 여기에서 유래하여 ‘건달’이라는 말이 나왔다. ‘탑’의 어원은 원래는 산스크리트어의 솔도파 또는 팔리어의 탑파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것을 한자로 음사한 것이 탑파인데 이것을 줄여서 한자로 탑이라고 하는 것이다. ‘파고다’라는 말은 산스크리트 어로서 ‘신에 귀의한다’는 뜻을 가진 ‘파가바티’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말이 포르투갈어로 차용되어 파고드가 되었고, 다시 영어로 차용되어 파고다가 되었다가 한국어로 차용되어 쓰인 것이다. ‘삼매’는 본래 불교 용어로서 산스크리트 어 ‘삼마디’의 한자 표기이다 이 말은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한다’는 뜻으로 이 ‘삼마디’의 경지는 곧 선의 경지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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