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살뜰/울릉도를 탐하다

첫째날 6. 태하, 대풍감

달처럼 2016. 8. 22. 18:37

태하는 '큰 황토구미'라고도 한다. 고종이 울릉도 개척령을 내린 이듬해인 1883년 7월에 54명의 개척민이 처음 들어와 거주했던 곳이다. 개척민들이 이곳에서 황토를 파낸 흔적을 발견하고 '큰 황토구미'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한자식 지명인 '태하'가 되었다. 초기 거주자들이 이곳에 정착한 가장 큰 이유는 그나마 논농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울릉도 개척기부터 행정 관청이 이곳에 있다가 1907년 도동으로 옮겨갔다. 주민들의 생업이 농업에서 어업으로 바뀌면서 천혜의 방파제가 있는 도동이 부각된 까닭이다.


태하에 있는 '성하신당'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조선 태종은 울릉도를 비우는 정책을 세우고, 안무사 김인우를 보내 울릉도 주민을 모두 육지로 이주시키도록 했다. 울릉도를 떠나기 전날 김인우의 꿈에 용왕이 나타나 童男 童女 1명씩을 섬에 남겨두고 가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 삼척으로 떠나려고 배에 오르자 풍랑이 거세어 도저히 출항할 수 없었다. 며칠을 기다려도 바람이 가라앉지 않아 김인우는 꿈을 떠올리고 남녀 어린이 한 명씩 골라 필묵을 놓고 왔으니 가져 오라 했다. 두 어린이가 섬 안쪽으로 들어가자 풍랑이 잔잔해졌고 김인우는 서둘러 배를 출항시켰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울릉도를 찾은 김인우가 두 어린이를 찾으니 백골이 되어 있었다. 김인우는 그 아이들의 혼을 달래고자 사당을 지었다. 그것이 성하신당이다. 지금도 해마다 음력 3월 3일이면 제사를 지내는데, 울릉 군수가 祭主를 맡는다고 한다.


태하 향목 관광모노레일
차 안에서 동남동녀의 슬픈 사연을 듣다보니 어느 새 향목 관광모노레일을 타는 곳에 이르렀다. 태하 향목 관광 모노레일은 39도에 이르는 급경사에 설치되어 있다. 대풍감으로 가기 위해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다보면 태하항과 서쪽 바다가 장대하게 펼쳐진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대풍감으로 가려면 약 500 미터 정도를 걸어가야 한다.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노 부부의 승강기가 보인다. 짜장면도 배달해 준다는 바로 그 승강기~. 길 주변으로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이 빽빽하다. 나뭇잎이 넓어 하늘을 가린다. 여름 산행인데도 무덥지 않으니 신기하다. 울릉도의 식물은 육지 식물에 비해 잎이 크다고 한다. 햇빛이 강렬하지 않으니 조금이라도 더 햇빛을 받고자 변화한 것이라고 한다. 울릉도의 식물에는 가시가 없고, 독도 없다. 육지에서 독이 있거나 가시가 있는 식물을 옮겨 놓아도 시일이 지나면 독도 가시도 없어진다. 다만 쐐기풀만 아직 독성이 남아 있단다.

멀리 후박나무 숲 안쪽에 노 부부의 밭과 집이 보였다.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려온다. 후박나무 높은 가지에서 울릉오색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다. 흑비둘기 소리가 흡사 염소울음소리처럼 들려온다.
 
 '바람을 기다리는 언덕' - 대풍감
고개에 끝에 서면 비로소 대풍감이 보인다. 울릉도 개척령이 반포되기 전부터 배를 만들기 위해 울릉도에 오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울릉도에 배를 만들기에 알맞은 나무가 많아 사람들이 낡은 배를 타고 와서 새 배를 만들어 돌아가곤 했다. 새로 만든 배로 육지로 가기 위해 바람을 기다리던 곳이라 하여 이곳 지명이 대풍감이다.
대풍감에는 향나무 자생지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보호한다. 울릉도는 예로부터 향나무가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마구 베어내 지금은 대풍감과 통구미에만 서식지가 조금 남아 있을 뿐이다. 두 곳 모두 산세가 매우 험난하여 사람의 왕래가 곤란한 곳이다.
대풍감에서 북면을 향해 이어지는 해안의 기암절벽과 해안선은 전문 산악인 잡지인 '산'에서 선정한 한국의 10대 비경이다. 여름이 지나고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철이 다가오면 이 곳에서 바라보는 漁火는 놓칠 수 없는 울릉도의 밤 풍경이라고 한다.
울릉도항로표지관리소(태하등대)를 향해 다시 풀숲을 헤치고 걷는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고개를 오르다 만난 이정표에서 태하등대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인간극장에 나왔던 노 부부의 전용 승강기.

"짜장면 시키신 분~!"


사람이 타기도 한다는 승강기


명이나물 비슷한 이 식물은? 큰 두루미꽃


후박나무 군락


이 나물 향이 어때?


대풍감

주상절리 틈새에서 생명을 부지하는 향나무들


대풍감. 바람을 기다리는 마을


여행의 매력은 함께 웃을 수 있다는 것




대풍감에서 태하에 이르는 해안 절경


우리가 있는 곳은?  절벽 끄트머리~


Hyun Family 둘째, 셋째 오누이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