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船)를 밀며 / 장석남 배를 밀며 장석남 배를 민다 배를 밀어보는 것은 아주 드문 경험 희번덕이는 잔잔한 가을 바닷물 위에 배를 밀어넣고는 온몸이 아주 추락하지 않을 순간의 한 허공에서 밀던 힘을 한껏 더해 밀어주고는 아슬아슬히 배에서 떨어진 손, 순간 환해진 손을 허공으로부터 거둔다 사랑은 참 부..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6.10
배(船)를 매며 / 장석남 배(船)를 매며 장석남 아무 소리도 없이 무슨 신호도 없이 등뒤로 털썩 밧줄이 날아와 나는 깜짝 놀라 뛰어가 밧줄을 잡아다 배를 맨다 배를 매보는 일은 이 세상에서의 참으로 드문 경험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배는 멀리서부터 와 닿는다 사랑은, 우연히 호젓한 부둣가에 앉아 있다..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6.10
끊긴 전화 / 도종환 끊긴 전화 - 도종환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졌다 누구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달려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 발짝을 더 나아가지 ..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6.09
저녁별처럼 / 문정희 기도는 하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홀로 서서 제자리 지키는 나무들처럼 기도는 땅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 저기 흙 속에 입술 내밀고 일어서는 초록들처럼 땅에다 이마를 겸허히 묻고 숨을 죽인 바위들처럼 기도는 간절한 발걸음으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깊고 편안한 곳으로 걸어가..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5.23
한양호일(漢陽好日) / 서정주 열대여섯짜리 少年이 芍藥(작약)꽃을 한아름 自轉車뒤에다 실어끌고 李朝의 낡은 먹기와집 골목길을 지내가면서 軟鷄(연계)같은 소리로 꽃사라고 웨치오. 세계에서 제일 잘 물디려진 玉色의 공기 속에 그 소리의 脈이 담기오. 뒤에서 꽃을 찾는 아주머니가 白紙의 窓을 열고 꽃장수 꽃장..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5.23
남편 / 문정희 점심 시간에 심심풀이로 몇몇 나이든 여교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일찍 찾아온 여름 날씨에 웃어보자고 적당히 먹을 나이 먹은 동지들에게 시 한 수 날립니다. 작년 가을 TV 광고에서 "단풍 구경 놓치면 가을을 놓치는 거라던 그 친구 보고 싶네." 라는 멘트를 한 문정희 시인의 시입니..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5.23
봄날은 갔네 /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또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 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5.02
행복으로 가는 길 / 존 D. 록펠러 2012.04.22. 무주 잠두리. 봄비에 산벚꽃이 진다기에... 행복으로 가는 길은 단순한 두 가지 원리에 있다. 자신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잘해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으면, 모든 정신, 에너지, 야망, 타고난 능력을 거기에 쏟아 부어라. (Th..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4.27
[스크랩] 낙화 / 조지훈 낙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3.05
따뜻한 찻잔 / 도종환 따뜻한 찻잔 도종환 맨 살에 손을 댔는데 참 따뜻하다 한 손으로 아래를 받치고 한 손을 둥글게 감싸 살에 대는 순간 손바닥 전체를 가득하게 밀고 들어오는 온기 오래오래 사랑스러운 사람은 뜨거운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사람이다 아침부터 희끗희끗 눈발 치는데 두 손 감싸 뿌듯하게 .. 서리서리/좋아하는 글, 생각나는 글 201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