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서리 198

초당에 청풍명월이 나며 들며 기다리는 -- 안동 기행 3. 농암종택

새벽길을 나섰지만 당일에 추로지향(鄒魯之鄕) 안동을 섭렵하는 길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덕수궁 앞을 출발할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은 영동고속도로를 지나면서 눈보라가 되어 우리 일행을 따라 안동까지 내려왔다. 일정은 시작 단계부터 두어 시간 지체되었고, 마지막 답..

먼 데 하늘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 안동기행 2. 저항시인 이육사

청포도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

고인을 못 뵈도 녀던 길 앞에 있네 - 안동 기행 1. 퇴계종택과 묘소

고인도 날 몯 보고 나도 고인 몯 뵈. 고인을 몯 뵈도 녀던 길 알픠 잇네. 녀던 길 알픠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 李滉, '陶山十二曲' 言學4 ) '도산십이곡'은 퇴계 이황 선생이 벼슬을 사직하고 고향에 돌아와 도산서원에서 학문을 하며 후진을 양성할 때 지은 시조이다. ..

챔파꽃 /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챔파꽃 - R.타고르 내가 장난으로 챔파꽃이 되어서는 저 나무 높을 가지에 피어 바람에 웃으며 흔들리고 새로 핀 잎 위에서 춤추고 있다면 엄만 나를 알아보실까? 엄마는 이렇게 부르실 거야 "아가야, 어디 있니?" 그럼 난 살짝 웃고는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나는 살며시 꽃잎을 열고 엄마가 하는 일을 몰..

[스크랩]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곽재구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 곽재구 "아름다운 詩를 두고 차마 죽을 수도 없었지요" 와온 바다에 왔습니다. 지난해 3월 처음 이 바다를 만난 이후 이 바다는 내게 정서적인 혹은 정신적인 마음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처음 이 바다에 들어섰을 때, 저물 무렵이었습니다. 한없이 펼쳐진 개펄 위로 해가 뉘엿뉘..